[기자수첩] 금투협회장에 쏠린 눈..."업계 생존이 달렸다"

박승원 기자

입력 2020-10-12 17:07   수정 2020-10-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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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확정은 아니지만, 중징계가 예고된 금융투자협회장이 과연 회원사를 자율감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논란이 뜨겁다. 특히 회원사의 이익 대변과 자율감독에 대한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이 증권사 임원에게 줄 수 있는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이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전·현직 CEO 가운데 한명이 바로 대신증권 전 대표이사였던 나재철 현 금융투자협회장이다. 당시 대신증권은 부실 펀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해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증권사 중 하나로 지목됐다. 당시 반포의 한 대신증권 지점은 라임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했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피해 총액이 1조6,0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판매한 것이다.

올해 1월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전부터 라임사태가 나 협회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던 배경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가는 모양새다.

나 협회장의 도덕성 손상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라임과 옵티머스 등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당시 회원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금융투자협회는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긴급 현황 조사에 착수했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한달 가량 미적거린 끝에 공개했다.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고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느라 회원사 권익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나온 이유다. 이미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금감원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은 나 협회장이 과연 회원사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시각이 나오는 상황이다.

회원사의 이익 대변과 함께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감독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금융투자업계의 자율 규제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위탁받아 매년 회원사에 대한 검사나 조사에 나서고 있는데, 금융투자협회의 수장이 금감원의 중징계 대상이 된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된 감독 기능을 수행할지 의문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재가 확정되기 전이라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징계가 확정 돼 회원사의 자율감독을 관장하는 금융투자협회장이 그 감독의 대상이 돼 버리면 원할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사실 관계를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만약 책임이 있다면 신뢰 구축의 선봉장의 자리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당국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면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회장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는 국정감사 2주차 일정에 돌입했다. 특히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이날(12일)부터 본격 열렸다. 오는 13일까지 이뤄지는 금융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라임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불완전 판매와 부실 운용 문제가 집중 제기될 전망이다. 이미 증권사 CEO 및 종사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자칫 국정감사로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업계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통보가 지나치다는 반응도 들린다. 현직 금융유관협회 회장에 대해 전례가 없는 결정인데다 혁심금융 육성의 중요한 한축인 금융투자업계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한숨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가 결정된 금융권 CEO들은 현재 행정소송을 벌이며 감독당국의 결정에 맞서고 있다.

사고만 터지면 감독의 책임을 개별 업권이나 금융회사로 돌리는 감독당국의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에 100% 보상을 결정했을 때에도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몰상식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더불어 금융투자업계의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내년 3월까지 연장된 공매도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따른 준비도 서둘러야 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혁신성장을 위한 증권사 NCR규제 합리화, 인구고령화에 대비한 다양한 자산운용 서비스 제공 같은 해묵은 숙원도 풀어야 한다. 속속 늘어나는 IT기업의 자본시장 진출에 대한 업계의 중장기적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협회장에 대한 논란은 두고두고 후유증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할 것 없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임 회장의 유고로 연초 취임한 나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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