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독·프 정보기관, 나발니 독살시도 "러시아 배후" 결론

입력 2020-10-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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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정보기관들이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책임이라고 비공식적으로 결론 내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니에 대한 공격을 크렘린궁이 지시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FSB의 수장인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한 것은 이런 결론을 뒷받침한다. 제재에는 EU 입국 금지와 자산 동결이 포함됐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지난 8월 나발니를 겨냥한 독살 시도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기관이나 인물을 지목하지 않았다.
서구 정보기관 소식통들은 비공식적으로 러시아 FSB에 혐의가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맞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어렵다.
EU는 지난 15일 보르트니코프에 대한 제재 배경을 설명하면서 가장 큰 단서를 제공했다.
EU는 "나발니는 지난 8월 시베리아를 방문했을 때 FSB의 면밀한 감시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나발니가 FSB의 감시하에 있었고, 러시아 당국만 구할 수 있는 노비촉으로 독살 시도가 이뤄진 만큼 FSB에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EU는 공식보고에서 "독살 시도가 이뤄졌을 때 나발니가 감시하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독살 시도에는 FSB가 관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 최근 퇴원해 재활 치료 중이다.
독일 정부는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에 신체가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나발니는 독살 시도의 배후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FSB나 러시아 대외정보국(SVR)만이 당연하게도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를 시행했을 것이라며 "톰스크의 호텔 방에서 노비촉 독살 시도가 있었고 3시간 후 몸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노비촉 흔적이 침대 옆 물병 등에서 발견됐다"면서 "노비촉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국가기관뿐으로, FSB나 SVR 수장이 푸틴 대통령 서명하에 공격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나발니 독살 시도가 크렘린궁을 위해 테러와 극단주의, 내부 정치위협에 대응하는 FSB 내부부서에 의한 것이라며 이번 작전의 목표는 나발니를 살해하기보다는 분명한 경고를 해서 망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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