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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덕후가 타 본 테슬라 '모델X'…1억 넘는데 살 가치 있을까 [홍IT인간]

정재홍 기자

입력 2020-11-20 15:24   수정 2020-11-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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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마니아의 모델X 시승기
    오토 파일럿은 '기대 이상'
    전자기기 사용자경험(UX) 제공
    지원금·무료충전 이점은 사라져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테슬라는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내외부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면서 스마트폰처럼 한 화면으로 모든 걸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뒷문이 위로 열린다는 시각적 효과 덕에 SUV라인업인 `모델X`에 대한 인기는 조금 더 높은 편입니다.

    가격은 큰 진입장벽입니다. 모델X는 기본적인 옵션만 포함해도 1억2천만원, 최고급 옵션을 적용하면 가격이 1억6천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비슷한 가격대 고급 SUV 차량들과 비교하면 자동차 마니아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이 가격이면 000을 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차량이기도 합니다. 시승기를 촬영하며 저도 같은 말을 수십번은 반복한 것 같은데요. 전자기기를 아무리 좋아해도 이 차량을 `마이카`로 선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어떤 매력 포인트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 디자인 심심해도 `팔콘윙`은 화려하다

    테슬라 모델X는 2.5톤이 넘는 상당히 큰 차량임에도 범고래(?)같이 통통한 모습이어서 그렇게 크다는 인상을 주지 않습니다. 외관 스펙을 살펴보면 전장과 전폭이 각각 5,050mm와 2,000mm로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큽니다. 대신 전고는 볼보 SUV XC60보다 살짝 높은 1,685mm로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전기차인 덕에 라디에이터 그릴도 없어서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어 보입니다.
    테슬라 모델X 퍼포먼스 라인업
    깔끔한 디자인이지만 고급 SUV 치곤 심심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위로 올라가는 팔콘윙을 보는 순간 심심하다는 생각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팔콘윙의 가장 큰 장점은 뒷좌석으로 들어갈 때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180㎝ 이상의 키 큰 사람도 편안하게 좌석에 앉을 수 있죠. 그러나 주차장에서 문으로 옆차를 건드리지 않을지 `문콕`이 걱정되기도 하는데요. 팔콘윙 중간에 접히는 힌지가 하나 더 있어 근접센서로 주변에 물체가 있다고 인식하면 문이 더 접혀서 올라갑니다. 옆 차량이 너무 붙어있다면 아예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차량 리모컨을 소지한 채 운전좌석 쪽으로 다가가면 알아서 문을 열어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이 점은 아쉬웠습니다.

    가격은 벤츠·포르쉐를 넘보는 고급차이지만 차량 내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죽 스티치까지 박혀있어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만져보면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질감에 다소 실망하게 됩니다. 인조가죽 소재의 좌석은 시트포지션이 높아 시내 주행에는 편했지만, 덩치 큰 성인 남성 운전자를 잡아주기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대신 차량 앞 유리가 운전좌석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있어 개방감이 좋습니다. 머리를 숙이지 않고도 고층 건물을 바로 올려다 볼 수가 있죠.
    테슬라 모델X 퍼포먼스 라인업 옆모습 (사진: 배성재 기자)
    ● 밟으면 튀어나가는 가속…오토파일럿 성능은?

    테슬라는 모델X를 `가장 빠른 SUV`라고 소개합니다. 최고속도는 250km/h 이지만 100km/h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2.8초(퍼포먼스 모델)입니다.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의 제로백이 3.6초라는 점에서 슈퍼카 브랜드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 퍼포먼스 모델의 주행설정 가운데 `터무니없는(Ludicrous)` 모드로 주행해본 결과,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튀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가속력이 좋았습니다. 내연기관에 비해 가속 지연시간이 짧다는 전기차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순간적으로 토크를 끌어올려 탑승객들이 앞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주행감각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델X와 가장 비교가 많이 되는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이 부스트모드 가동시 최고출력 408마력과 최대토크 67.7kg·m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모델X는 각각 480마력과 90.0kg·m으로 스펙상 앞선 모습입니다.
    테슬라 모델X 스티어링 휠 (사진: 배성재 기자)
    일반 오토파일럿 모드에 900만원이 넘는 풀 셀프-드라이빙(FSD) 옵션을 선택하면 더 자연스러운 반자율주행 모드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8개 카메라와 12개 초음파센서를 통해 차량이 많은 시간대에 서울 강변북로에서 앞차량과 간격을 자연스레 유지하며 달리고, 깜박이 스위치만으로 차선 변경도 무리없이 소화했습니다. 사실 옆 차선의 차량이 불쑥 끼어들 때 가장 걱정이 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선 속도를 알아서 줄여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모습입니다. 운전좌석 앞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횡단보도와 오토바이, 버스 등 차 주변 상황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해외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 중에 게임을 하거나 음주하는 사건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걱정과 달리 국내에선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채 달리면 경고음이 울리다 강제로 자율주행을 종료시킵니다.
    오토파일럿 작동시 일정시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자율주행이 강제로 종료된다
    다만 900만원에 달하는 주행보조장치, FSD 기능이 꼭 필요한 옵션이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도로교통표지판을 인식하거나 스스로 교차로를 통과하는 등의 시내주행 모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기능이 작동하더라도 안전성 확보까진 시간이 꽤 걸릴 문제입니다. SW 업데이트를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굳이 처음부터 넣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 슈퍼차저에선 100㎞ 15분이면 OK

    테슬라를 포함해 `충전`은 아직까지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충전소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지만 충전시간이 길지 않을까 고민되죠.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슈퍼차저(급속) 충전소는 전국에 약 40곳 있습니다.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죠. 다행히 완속 충전소인 데스티네이션 차저는 200곳 넘게 설치돼 있습니다. 정부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충전소에선 AC완속을 지원하기 때문에 차량 모델에 따라 어댑터가 필요합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충전이 조금 번거로워지는 거죠.
    테슬라 모델X 슈퍼차저 충전 모습
    슈퍼차저에선 보통 최대 120㎾를 지원해서 충전 속도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완충 상태에서 사흘간 주행한 차량을 서울 여의도 내 슈퍼차저에서 충전해봤는데요. 90~100KW 속도를 지원해 15~20분 충전에 주행거리 100km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모델X가 최대 438km(롱레인지)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내주행에선 충전이 크게 불편할 것 같진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17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차량 핸들로 조정하는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해봤는데요. 게임이지만 진짜 타이어가 돌아가는 경험은 신선했습니다. 이밖에 동영상 시청도 가능해서 크게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7㎾를 지원하는 완속충전기 사용시 같은 100km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3시간 가량 걸립니다.

    ● 바퀴달린 스마트폰…사용자경험(UX)은 새롭다

    다른 테슬라 차량들처럼 모델X에는 시동 버튼이 없습니다. 기어 변속기 대신 핸들 오른쪽 스틱으로 전진과 후진을 정하죠. 17인치 LCD 디스플레이에서 네비게이션·공조장치·차량상태 등 거의 모든 차량 기능을 제어하기 때문에 테슬라를 처음 탄다면 이게 전자제품인지 자동차인지 헷갈리는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합니다. 화면 해상도가 1920X1280에 불과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최신 태블릿PC처럼 터치가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문을 닫을 때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는 등 개발자가 숨겨 놓는 `이스터에그`도 들어 있어 하나하나 찾아보는 건 전자기기를 쓰는 재미를 줍니다.
    성인 남성 2명이 들어갈만한 공간이 나오는 모델X 트렁크
    모델X는 주행능력과 자연스러운 반자율주행,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는 제품입니다. 대신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차량 구매 지원금도 없고, 슈퍼차저가 무료라는 이점도 사라졌죠. 자동차 주행 경험 대부분을 내연기관과 함께 했던 탓에 아직 "이 가격이면 ○○○을 사지"라는 생각을 버리진 못 할 것 같습니다. 시간 문제가 돼버린 전기차 대중화를 한 발 앞서 경험하고 싶은 제품으로선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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