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석유' 후폭풍…무폴주유소 '적신호'

송민화 기자

입력 2020-12-15 17:22   수정 2020-12-15 17:22

    車·환경 망치는 가짜석유
    ‘사후약방문’ 대책 지적
    <앵커>

    최근 주변 시세보다 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차량 수십여 대가 갑자기 엔진이 멈추고 고장 나는 일이 벌어졌죠.

    이른바 ‘가짜석유’를 넣었기 때문인데요. 차는 물론 환경도 망치는 주범이지만 피해 보상이 어려운 데다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민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탱크로리 한 대가 주유소로 진입합니다.

    작업자들이 일사불란하게 탱크로리에 호스를 연결하고 주유소 지하 저장고에 내용물을 보충합니다.

    면세유인 선박용 경유를 빼돌려 차량용 경유와 섞는 과정입니다.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주변 주유소보다 싸게 팔았지만 더 큰 차익을 남기면서 400억 원 이상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관리 기관에 적발됐습니다.

    <전화인터뷰> 관리감독기관 관계자
    “차끼리 안에 있는 혼합물을 부어서 섞는 걸 ‘차치기’라고 하거든요. 배에 써야 되는 경유를 빼서 육지로 싣고 와서 다른 차에서 정상유를 더 넣은 다음에 부으면서 섞는 거죠.”

    “문제는 선박용 경유의 경우 차량용보다 황 함량이 최대 50배가량 더 많다는 겁니다. 이를 차량에 주입하게 되면 엔진 고장의 주요인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대기 오염을 유발하게 됩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충남지역 국도변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탄소와 수소가 혼합된 가짜 경유 원료 2만 리터를 정상 경유와 혼합해 판매하던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서 기름을 넣은 차량 수십여 대가 운행 도중 갑자기 엔진이 멈추거나 고장 나는 일이 벌어지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250여 명에 달하며, 피해액은 10억 원 넘게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습니다.

    신차 수준의 수입 차나 고가의 중장비를 폐차 해야 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의 핵심 장치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운행 도중 시동이 꺼진다든지 폭발이나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운전자나 탑승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치는 물론이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사후약방문식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전국 주유소는 모두 608곳으로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주유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올해는 지난해 적발 건수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또, GS칼텍스나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브랜드 주유소의 경우 보험에 가입해 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이른바 ‘무폴 주유소’는 대부분 사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 보상이나 추적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화인터뷰> 정유 업계 관계자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브랜드폴(브랜드주유소) 안 하고 몰래 물건 받아가지고 쓰는 곳 많아요. 무폴(개인형주유소) 같은 경우는 사장이 잠적해버리거나 ‘배 째라’ 해버리면 차 망가진 걸로 끝인 거예요.”

    전문가들은 유조차에 GPS 부착을 의무화하거나 주유소별 재고량과 매입량,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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