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前 조세재정연구원장 "나라 재정 위험수준…솔직히 알려야 대응책 나와"

지수희 기자

입력 2021-03-22 17:59  

최근 전직 장차관과 경제연구소장, 현직 대학교 교수 등 50여 명이 참여하는 민간 싱크탱크 `K-정책 플랫폼`이 출범했다.

K-정책 플랫폼은 40~50대 젊은 전문가집단이 주축이 돼 차세대 정책과 국가 아젠다를 제시한다는 목표로 출범했으며 이홍구 전 국무총리,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등이 이사장으로 참여한다.

초대 원장은 전 조세재정연구원장,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학교 객원교수가 맡았다. 박 교수로부터 우리나라 재정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민간 싱크탱크 `K-정책플랫폼`을 창립하셨습니다. 창립하신 이유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입니까?


A. `K-정책 플랫폼`이라는 이름안에 왜 이 연구원을 창립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다 담겨 있습니다. K는 한국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이고, 수출 규모는 세계 7위입니다. K팝, `미나리` 같은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류문화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G10 국가에 맞는 국가 정책과 정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정책과 관련해 요즘은 건전한 토론문화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들도 정책 얘기를 잘 안하는데 다시 정책을 잘 찾아보자 하는 생각으로 창립하게 됐습니다. `연구소`가 아니라 `플랫폼`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더라고 한 개의 싱크탱크가 하는 역할은 한계가 있습니다. 좋은 정책이 나와도 그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고,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싱크탱크간의 연대를 해서 정책 실현될 때까지 추진해보자 해서 K-정책 플랫폼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Q.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나라빚이 크게 늘었습니다. 여당은 국가 채무비율이 OECD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교수님은 현재의 채무 수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이번 정부 추경 발표로 국가채무가 GDP의 48%에 이릅니다. 이번 정부 출범 당시 36%였는데 벌써 48%가 됐고 2024년이 되면 60%에 육박하니 속도가 빠릅니다. 정부 여당이 "외국에 비해서 비율이 작다. 빚을 더 내겠다"고 하는 것은 OECD통계 때문입니다. 실제로 OECD국가 평균은 80%이고 우리나라는 40%대이니 수치로는 작습니다. 하지만 40% 안에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충당부채가 빠져 있습니다.



국인이나 공무원들은 국가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입니다. 그분들이 받게될 연금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현재 그분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과 보험수익의 차이가 큽니다. 연금이 턱없이 부족해서 지금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매년 3~4조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충당부채 규모는 GDP의 50%에 육박합니다. 이 충당부채를 빼고 보면 숫자가 작은데 충당부채를 더하면 100%에 육박합니다. 정부가 비교대상으로 삼는 OECD 국가들은 충당부채가 크지 않습니다. 비교 기준이 다릅니다.

충당부채를 뺀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OECD 평균만큼 빚을 늘려도 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기축통화 국가입니다. 무역결제할 때 그 나라 통화로 결제합니다. 그 나라에서는 돈이 부족하면 화폐를 찍어서 자기나라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닙니다. 기축통화 국가에 비해서 재정을 튼튼히 운영해야 합니다. 현재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기업부채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서 기업이나 가계가 부실한 것을 상쇄해야 합니다. 그러러면 OECD 평균보다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또 노령화가 심각해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날 전망인데 수입이 못 따라오면 빚이 늘어납니다. 여기에 우리는 `통일`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남한에서 북한에 많은 것을 지원해야 되겠지요. 거기에도 큰 돈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정들이 OECD국가들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해야 합니다.


Q. 정부가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60%선에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IMF는 한국의 재정준칙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 등의 위기 상황에 오히려 경기회복을 늦춰 부채를 더 늘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교수님은 정부가 도입하려는 재정 준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70~80%가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부와 여당이 얼마든지 적자를 낼 수 있는 구조여서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에 부채가 전가됩니다. 이것을 법적으로 제한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0월 내놓은 방안은 부실합니다. 국가채무비율이 GDP 이미 48%이고, 2024년 60%에 도달하는데 재정준칙을 도입하면서 60%를 못넘게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적자 내서 60%까지는 가겠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국가 재정에 대해서 컨트롤 하고, 국제 사회에서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준칙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 통합재정수지 한도를 GDP대비 3%로 하겠다는 것은 관리재정수지로 따지면 GDP대비 5%에 맞먹는 수치입니다. 매년 100조 적자내도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적자는 대폭 축소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Q. KDI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우 14억원 규모의 지급액 가운데 약 4억원의 소비효과가 있었다고 분석됐습니다. 여당은 전국민 지원금을 또 추진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약 30%의 소비효과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으로 보시는지요?

A. 코로나19로 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는 정치적인 해결보다 정책 과학으로 풀어야 합니다. 한국경제학회에서 지난해 6편의 논문에서 1차 재난지원금 효과가 30%정도 된다는 논문이 4편, 60~70%된다는 논문이 2편 정도 있었습니다. 외국의 경우도 20~40%정도로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밀하게 설계해서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해야합니다.

여러 논문에는 공통적으로 저소득 계층일 수록 소비 진작효과가 더 크고, 코로나 방역이 잘 돼 확진자가 덜 나오는 상황에서 진작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코로나 피해가 큰 여행업이나 음식, 숙박업은 이런 혜택을 못보고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빚을 내 투입하는 돈이니 이런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적은 돈으로 효과를 많이 보는 쪽으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Q. 점점 악화되는 재정상황 개선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하나요?

A. 정부는 코로나19로 정부 재정에서 세입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부터 세입이 줄고, 세출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매년 120조원의 적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재정적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차례 추경을 했는데 추경 이전과 이후 적자규모를 비교해보니 6:4로 코로나 때문에 늘어난 적자는 40%로 오히려 그 이전 적자 규모가 더 컸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적어도 물가 상승률 만큼은 세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2019년부터 세입 절대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출은 과거 어느 역대 정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 없이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재정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세입 줄어드는 것을 적어도 경제성장장 만큼이라도 늘어날 수 있도록 정상화해야 합니다. 그게 안돼 적자 규모를 줄이려면 세금 더 걷어야 하는데 그 이전에 정부의 지출, 씀씀이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급한 정책에 재정을 투입하고 급하지 않은 것은 재정상황이 좋아지면 한다든지 하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재정 정상화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을 한 후 증세정책의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미래에 늘어날 복지, 현재 지고 있는 빚 등 지금 국가의 재정 상황을 그대로 전달해서 국가가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대응조치가 나옵니다. 세출 구조조정을 한 두 해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방위적으로 해야 합니다.


Q. 가장 먼저 어디부터 줄여나가야 하나요?

A. 우선 복지 지출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복지 지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증가 속도가 빠릅니다. 우리나라의 지출 분야 중 국방이나 외교 등은 여타 OECD국가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복지 지출은 비중은 작은 편이어서 실제로 더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빨리 커지면 부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복지 지출부터 부실이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앞으로 복지 지출이 증가하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는 수준 또는 그 미만으로만 증가해야 하고 분야별로 차등화해서 지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복지가 늘어나는 것이 국민들의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잘 짜여져야 합니다. 지출 구조조정이 무조건 줄이자는게 아니라 정책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Q. 증세 논의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세금을 더 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국방, 교육이 이뤄지고,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 국민들이 맴버십 피(membership fee)처럼 국가에서 누리는 혜택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지불할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증세정책이 꼭 이번 정부 뿐 아니라 대부분 고소득자, 대자산가, 초대기업에만 증세를 하고 중산층, 중견기업은 세금 부담을 유지하고,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는 세금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재정 건전할 때 가능합니다. 지금은 120조 대규모 적자 내고 있는 상황에 극히 일부에 가계와 기업에게만 세금을 걷어서는 재정상황을 탈출 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일부 계층반 세금을 내다보니 피로감이 쌓여 있습니다.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도 많고, 공장은 해외로 이전합니다. 중산층들은 세금 좀 더내는게 필요합니다. 증세정책을 한 두 해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펼쳐야 합니다. 그런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하고, 국민들도 세금을 더 내고 떳떳하게 혜택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국민부담과 국가채무 적절 조합을 찾아 재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적절한 조합의 기준이 있을까요?

A. 재원 조달 방식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식이 국채 발행을 통해 빌리는 것이고요. 다른 분야의 지출 줄여서 시급한 데로 돌리는 것이 두번째입니다. 세번째는 수입을 늘리는 것인데 정부는 가장 쉬운 방법만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 해 120조 적자를 내는 것인데 재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국가 채무를 국채발행으로만 재원조달 하려고 하지 말고, 지출 구조조정과 증세를 통해서도 해야 합니다.

향후 복지 지출 증가 속도를 매년 GDP대비 0.5%씩만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 50~60년간 매년 0.2%씩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두 배이상 필요합니다. 향후 우리나라 복지 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서 매년 0.4%씩 늘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0.1%p를 더한 것은 취약계층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에 쓰여야하기 때문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연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조세와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다 합쳐서 GDP대비 25%입니다. 지난 50년간 연간 0.32%씩 부담이 늘어왔는데 여기에 연간 0.4%씩 늘려도 복지도 늘릴 수 있고, 국가채무를 100%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옵니다. 정부가 이 수치를 꼭 따라야 하는건 아니지만 이런 것을 차기 정부가 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저희가 제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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