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물가예측...정부가 자초한 '신뢰추락'

조현석 부장

입력 2021-08-06 17:26   수정 2021-08-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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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6월2일 물가관계차관회의)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충격이 해소되며 (물가) 상방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6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5월 소비자물가가 2.6%나 올라 9년 만에 가장 크게 뛰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하반기엔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국제유가도 떨어질테니 물가가 내릴거라고 전망한 겁니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하반기 시작인 7월의 소비자 물가가 2.6%나 오르며 두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한 거죠.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불안요인이 상당해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뷰포인트 시간에선 관련한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당정이 뒤늦게 물가대책에 분주해졌어요?
    <기자>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전 농산물도매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은데 이어 어제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물가 점검을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올 상반기에 밥상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하반기에도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민심 악화를 우려해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계란값을 특별하게 살피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계란값 안정을 물가관리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모양새입니다. 우선 다음달까지 계란 2억개를 수입하고, 수입한 계란은 대형마트에 절반이상 공급해 소비자 직접 판매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현재 7천원대인 계란값을 6천원대로 내린다는 목표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계란값이 잡힐지는 불투명합니다. 국내 하루 계란 소비량이 4500만개인 걸 감안하면 5일치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물가의 바로미터가 된 계란 뿐 만 아니라 다른 농축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물가 관리 수단도 대개 이런식이어서 단기간에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앵커>
    농축수산물 외에도 하반기 물가 불안을 부추길 요인들이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기자>
    우선 농축수산물과 함께 최근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국제유가를 들 수 있습니다. 두바이유를 보면 지난해 7월 배럴당 40달러대에서 현잰 70달러대로 1년만에 70% 정도 올랐습니다. 이런 여파로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2천원이 넘는 서울 주유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전기와 가스 요금도, 그동안엔 정부가 인상을 억제해왔는데 하반기엔 임계점에 도달해 더이상 억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부는 검토 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입니다.
    <앵커>
    3년전인가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시행을 한 적이 있잖아요?
    <기자>
    네. 2018년에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5% 인하한 바 있습니다. 당시엔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대로 올라 4개월째 지속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유가급등과 내수 불안으로 여려움을 겪는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하면서, 물가 안정 효과도 노린 것입니다. 이러면서 리터당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 LPG 부탄은 30원씩 각각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세수가 감소하다는 거죠. 당시엔 2조6천억원 정도 세수가 줄었는데, 마침 올핸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힐 걸로 전망되니까 전문가들은 심상찮은 물가 상승을 막으려면 공급대책과 함께 세제지원 등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지급될 재난지원금입니다. 전국민 88%에 1인당 25만원씩, 11조원 규모의 막대한 현금이 풀리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거죠. 여기에 농축수산물에서 시작한 물가 상승이 라면과 우유·커피 등으로 확산하는 것도 불안요인입니다.
    <앵커>
    그래서인지 정부가 물가 안정화에 나섰지만, 쉽게 안정되겠냐, 회의적 시각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기자>
    잡힐거라던 물가가 정부 전망과 달리 하반기에도 오르자 정부는 내심 당황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내놓는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하반기엔 안정될거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 상황과 다른 진단을 내놓으면서 신뢰하락을 자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 불신을 자초한 건 물가뿐 만 아니라 부동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고 한 8.4 대책을 내놓은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합니다. 태릉골프장, 서부면허시험장 등 발표한 신규 택지 가운데 사업계획이 확정된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또 5만 가구 공급이 목표인 공공재건축도 후보지가 확보된 곳은 3% 수준인 1천500여 가구에 불과합니다. 그 사이 전국 아파트값은 10% 이상 올랐고, 정책신뢰도는 그만큼 추락했습니다.

    <앵커>
    더 짚어볼 점은 이처럼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거잖아요.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떻게 될지가 변수이긴 하지만 시장에선 이달 인상을 점치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요?
    <기자>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6일 열리는데요. 국내외 금융투자기관들이 "8월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경기타격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에 의결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참석자 7명 가운데 의견을 내지 않은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하고 5명이 조기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힌 것도 한 이유기도 합니다. 다만 지난달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낸 대표적 매파 성향의 인사인 고승범 금통위원이 어제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고 위원이 의결에서 빠지면서, 금리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는 매파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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