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기준 따져보니…"앞뒤가 안 맞는다"

입력 2021-10-22 17:04   수정 2021-10-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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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소 "개인별 취득가액 취합 안 돼"
    '디파이' 과세 가능할까…"앞뒤 안맞아"
    기타소득 vs 이자소득 둘러싸고 분분
    <앵커>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당장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기 위한 제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연 어느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취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배성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배 기자, 먼저 앞선 상황들을 정리해 보죠. 가상자산 과세에 어떤 문제가 지적을 받는 겁니까.

    <배성재 기자>

    두 사람이 가상자산을 통해 같은 수익을 얻어도 어디에서 거래하는지, 어디에 보관하는지에 따라 세금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과세는 범위가 분명해야 하고, 범위 내에 모든 참여자가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가상자산 과세는 이 조건 모두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먼저 과세의 범위에 대해 살펴보면 아직까지 소득을 측정하는 방식이 불분명합니다.

    즉 개인마다 다른 가상자산 취득금액과 소득을 정확하게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앵커>

    `소득 계산이 어렵다`, 즉 얼마에 사고팔았느냐를 계산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군요.

    <배성재 기자>

    그렇습니다. 만일 제가 A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7천만 원일 때 사서 B거래소에서 8천만 원에 팔았다면, 1천만 원의 이익이 있겠죠.

    이 계산을 하려면 B거래소가 제 A거래소 거래 정보를 가져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나아가서 우리나라는 올해 특정금융정보법을 도입한 뒤로 거래소 실명제가 운영 중이지만,

    실명제를 사용하지 않는 해외거래소의 정보는 또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남습니다.

    스포츠로 비유해 보면 경기장의 규격도, 경기장에 뛰는 선수 숫자도 나라마다 제각각인데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자세한 내용을 김보미 기자의 리포트를 통해 보시겠습니다.


    <김보미 기자>

    가상자산업계는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개인이 일일이 소득을 계산해서 신고하기 어려운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과세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제공해야 하는데,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 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 세금을 내는 게 맞다 틀렸다 라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라에서는 1월1일부터 해 라는 한줄짜리 멘트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고 디테일이 필요한데….]

    특히 ‘취득원가 파악’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힙니다.

    취득원가를 알아야 과세대상금액(=총수입-취득가액-수수료 등 필요경비)을 산출할 수 있는데, 당장 여기서부터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A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B거래소로 옮겨 매도한 경우, 현재로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거래소들끼리 취득원가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또 해외거래소의 경우 정보제공 협조의무가 없다보니 더욱 정보 취득이 힘든 상황입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을 어떻게 가려낼 지도 문제입니다.

    국내 국적자가 아니라 ‘국내 거주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보니, 비거주자의 경우에는 거래소가 원천징수해야 하는데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계좌를 개설할 때 기입한 주소 정보가 전부인 데다, 실명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해외거래소 이용자라면 이 같은 정보 마저도 파악이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비상장 코인를 거래할 때,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할 때 등과 같은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기준 마련도 필요합니다.

    세금징수의 대원칙 ‘공평과세’가 실현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촘촘한 제도 정비’를 꼽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안에는 여전히 빈틈이 많고, 업계의 목소리 마저 정부가 외면하면서 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가상자산에 부과할 세법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있다고요.

    <배성재 기자>

    맞습니다. 다시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경기 규칙이 선수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우리가 주식이나 펀드 등을 통해 얻은 소득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되고 앞으로 금융투자소득세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가상자산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정부는 복권과 같이 갑자기 얻은 소득이라는 의미의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율은 20%, 기본공제액은 250만 원이 적용됩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구간에 따라 20~25% 세율이 적용되는데, 기본공제액이 5천만 원입니다.

    세율은 비슷하지만, 기본공제액의 규모가 2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어디까지나 금융투자 소득이 아니라는 건데, 미국과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ETF가 상장했고,

    가상자산도 금융상품으로 취급을 받기 시작하는 지금, 이들을 구분 짓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가상자산으로서의 어떤 법적 지위를 가지는가, 또 제도적 지위를 가지는가 등등에 대한 그동안의 정비 작업을 정부가 하지 않았었습니다. 일단 소득이 발생하니까 먼저 세금을 걷고 보겠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닌가 합니다.]


    <앵커>

    금융상품으로 취급 받을 수 있음에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율이 높다는 주장이군요.

    어쨌든 기타소득으로 취급 받는 한, 당분간은 가상자산 소득에 20% 세율을 매겨야 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언급된 문제 외에 또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까?

    <배성재 기자>

    디파이에 대한 과세 문제가 남습니다. 디파이는 우리말로 바꾸면 `탈중앙화`, 즉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는 금융서비스를 말하는데요.

    은행 없이 블록체인 기술만을 활용해서 대출과 적금, 송금과 같은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 디파이를 통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가상화폐 예금입니다. 즉 가상화폐를 예치하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요.

    중개자가 없다보니 수익률이 상당히 높아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자수익은 `이자소득`으로 과세한다고 밝혀서 논란입니다.


    즉 디파이를 통해 얻은 이자는 앞서 본대로 기타소득이 아니라 이자소득이라는 거죠.

    많은 전문가들이 이 해석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디파이를 통한 소득을 기존법인 이자소득으로 과세한다면, 디파이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꼴 아니냐는 건데요.

    전문가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권인욱 세무사: 기재부가 대여에 대한 소득을 기존에 있는 이자소득 (과세 제도)로서 과세하겠다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이죠. (원래대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서 과세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앵커>

    가상자산을 통한 소득이라면 작년에 제정한 새 과세 기준을 따라야한다는 거군요.

    이러한 주장에 대한 기재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배성재 기자>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대신 이자·배당소득 합계액이 2천만 원을 넘으면, 가상자산 소득을 종합소득세로 포함할 예정입니다.

    "남은 2개월여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는 입장도 밝혔는데요.

    앞서 보신대로 가상자산 시장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당장 경매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대체불가능토큰(NFT)도 과세 범위를 잡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가상자산 과세법은 잘 만들어놨는데, 좀 더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배성재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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