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진상고객, 알고 보니 회사가 보낸 알바?" [월급이 모자라]

이지효 기자

입력 2021-10-29 16:54   수정 2021-10-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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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요즘 택시는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잡기보다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릅니다. 예전처럼 "따블, 따따블"을 외치며 택시를 세울 필요가 없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 플랫폼 택시에서도 `승차 거부`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 택시 기사들이 단거리 승객의 콜을 받지 않고 장거리 손님만 받는 거죠. 서울시가 최근 이런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암행에 나섰다고 알려졌는데요. 어떻게 암행에 나설까. 신분을 숨긴 채 승객으로 가장한 사람들이 직접 택시를 잡아타서 불법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들을 `미스터리 쇼퍼`라고 부릅니다.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서 전반적인 제품과 서비스 수준에 대해서 평가하는 직업이죠. 마치 과거에 암행어사가 변장을 한 채 시찰을 나간 것과 같아서 현대판 `암행어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서울시가 최근 진행한 택시업뿐만 아니라 외식업, 금융업, 백화점, 병원, 판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스터리 쇼퍼`가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 `미스터리 쇼퍼`가 돈이 된다는 사실 아십니까. 이번에 <월급이 모자라>는 `미스터리 쇼퍼` 부업에 도전해봤습니다.

    ● 암약하는 `미스터리 쇼퍼`…하는 일이 뭐야?

    미스터리 쇼퍼는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수록됐습니다. `불법이나 위반 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소비자로 위장한 사람`. 겉으로 봤을 때는 일반 고객과 전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쇼퍼라는 말 앞에 `미스터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미스터리 쇼퍼가 처음으로 등장한 곳은 고객들이 반응이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업종인 외식업인데요. 최근에는 이외에도 여러 업종에서 `미스터리 쇼퍼`를 기용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업은 어떻게 구할까. 부업을 구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구인 구직 사이트나, 대학생들이나 주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각종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미스터리 쇼퍼 부업 구인글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업체들에 지원을 하면 업체에서는 적합한 조건을 갖춘 사람을 선발한 뒤에 다시 연락을 줍니다. 다른 부업에 비해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지원자가 많아 선착순으로 뽑을 때가 많다고 하니까 구인글을 보셨다면 되도록 빨리 지원하시는 게 유리합니다.

    ● "쇼핑하다 들키는 거 아냐"…실제로 해보니

    미스터리 쇼퍼는 현장에 가기 전에 자신이 매장에서 관찰해야 할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평가지를 받게 됩니다. 평가항목이 적게는 30개에서 많게는 90개나 되기 때문에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죠. 평가지에는 외부환경, 내부환경에서부터 서비스와 직원, 계산까지 다양한 항목이 존재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미스터리 쇼퍼로 도전한 곳은 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평가지를 외우다시피 숙지하고 들어갔지만 막상 실전이라고 생각하니 머릿 속에 까매지더군요.





    평가지에는 제가 질문을 던지고 직원의 반응을 적는 곳이 있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질문은 `이 제품은 낱개로 말고 묶음으로 판매 안하나요?`였습니다. 직원은 당당하게 "묶음 제품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친절한 응대를 기대했지만 실망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두리번거리며 뭐라도 하나 더 찾아내려다가 결국 해당 제품의 묶음을 발견했죠. `묶음 제품이 있는데 왜 없다고 했느냐` 되묻자 `실수였다`면서 연신 사과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죠.

    ● 10분 일하고 1만원?…놀면서 일하는 `부업`

    그렇게 암행을 마치고 평가지를 펼쳐 머릿 속에 있는 매장 풍경을 그대로 옮겨적었습니다. 평가지는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졌고, 그 내용을 증빙하는 사진도 같이 첨부됐습니다. 제 평가지를 업체에 보내면 업체는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 빠뜨린 부분이 있다면 다시 조사를 해달라고 연락이 옵니다. 이 평가지는 본사로 보내지고, 다시 각 매장으로 가는데요. 각 매장에서는 CCTV를 돌려보고 지적당한 부분을 확인합니다. 이때 잘못한 부분이 없거나 평가지와 다르면 재조사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평소에도 자주 가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10~15분간 암행을 벌여 제가 번 돈은 1만원이었습니다. 최저시급이 1만원이 안되는 시대에 꽤 쏠쏠한 부업이죠.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월에 100만원까지 버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의류 매장이라면 그동안 못했던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식음료의 경우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되니까 `놀면서 일하는` 일석이조의 부업입니다. 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나 교통비를 돌려받기 때문에 부수입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불편한 존재?"…진화하는 `미스터리 쇼퍼`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원을 감시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미스터리 쇼퍼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항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몇해 전에는 미스터리 쇼퍼에게 낮은 점수를 받은 노동자가 자살한 사건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미스터리 쇼퍼는 직원들의 반응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횡포에 매번 메뉴얼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미스터리 쇼퍼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안 좋은 점만 지적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기업들 스스로가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 쇼퍼는 가능한 많은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에서 최근 들어서는 칭찬하는 평가로 바뀌고 있는 상황인데요. 업체 관계자는 "미스터리 쇼퍼가 좋았던 점 등을 중심으로 평가지를 작성하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왔습니다.



    "미리 평가지를 숙지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해야 하고 중간중간 스마폰을 꺼내 기록도 해둬야 하는 부지런함이 필수적인 미스터리 쇼퍼. 부업을 마치고 나니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일종의 자긍심도 생겼는데요. 돈도 돈이지만 이 일을 즐길 수 있는 분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지효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미스터리 쇼퍼`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31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PyyUbzrdl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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