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취소해" 남편 때려 숨졌는데 옆에서 술 마신 아내

입력 2021-10-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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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금 사람이 누워 있는데 숨도 안 쉬고 몸이 차가워요. 손발을 주무르는데 아무 이상이 없어요. 저체온증이 온 것 같은데요."

지난 4월 30 오후 11시 32분. 싸늘하게 식어가는 남편(50)의 시신 앞에서 아내 A(46)씨는 112에 거짓 신고를 했다.

구급대원이 남편을 옮기는 데도 들여다보기는커녕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불과 1시간 30분 전 A씨는 남편과 남편이 노숙 생활을 하다가 알게 된 B(39)씨 등과 함께 남편의 집에서 술을 마셨다.

A씨는 대뜸 남편에게 "혼인 신고 취소해줘"라며 소리를 질렀다. 같은 달 22일 혼인 신고를 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이를 거부하는 남편에게 A씨는 주먹과 발을 마구 휘둘렀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옷을 모두 벗기고는 얼굴에 물을 붓고 "너 같은 건 죽어야 한다"며 우산으로 울대를 찔러댔다.

끙끙 앓는 소리마저 듣기 싫다며 B씨에게 반소매 티셔츠와 철사 옷걸이로 입막음을 하게 했고, 다시 일어서는 남편에게 욕설하며 B씨에게 남편을 눕히라고 지시했다.

B씨의 손에 밀쳐 넘어진 피해자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벽에 부딪쳤고, 목이 꺾인 상태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피해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전기장판 줄로 손과 발을 묶었다.

피해자가 숨이 멎자 B씨는 "숨을 안 쉰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으나 A씨는 "그냥 자는 거야"라며 죽어가는 남편 옆에서 태연히 술을 마셨다.

때늦은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결국 머리손상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B씨가 자수하면서 상해치사 혐의로 법정에 선 두 사람은 엇갈린 주장을 폈다.

B씨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망에 이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A씨는 "집에 도착했을 때 남편이 쓰러진 것을 보고 신고했을 뿐"이라고 범행을 전부 부인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신교식 부장판사)는 두 사람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빙성이 높은 B씨 진술과 달리 A씨 진술은 모순투성이인 점, 쓰러진 피해자를 보고도 그 옆에서 술을 마시고 거짓으로 신고한 점 등을 토대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쁜 데다 아무런 반성을 하고 있지도 않고,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며 A씨에게 지난 14일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자수하긴 했으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B씨에게는 "강도살인죄 등 폭력 범죄로 세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9년형을 내렸다.

두 사람 중 A씨만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다시 한번 재판을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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