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보험사 활용하라"...대출대란 탈출법

최진욱 기자

입력 2021-10-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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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긴 정책금융, 한도 큰 보험사
DSR 미반영 대출 활용...급여외 소득증빙
"취약계층 타격 우려...명확한 지침 필요"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출 받기가 힘들어진다.
서민 등이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돼 보험·카드 대출 이용자들이 따져볼 부분도 많아졌다.
31일 보험사들과 카드사들도 다른 금융권처럼 대출 만기를 길게 설정하고, 원금을 분할상환하라고 공통으로 조언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이 많다면 소득 기준 대출 규제,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되지 않는 대출을 적절히 이용하고, 차주단위(개인별) DSR 비율이 10%포인트 더 높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활용하는 것도 한도를 늘리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단체는 결혼, 장례, 질병치료 외에도 서민층의 필수 자금에 대출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안전망`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청년·신혼부부, 40년 만기 정책금융 쓰면 DSR 산정때 유리
개인별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 소득 대비 모든 연간 원리금의 비율을 제한하는 것으로, 같은 액수를 대출하더라고 만기를 길게 하면 DSR이 낮아진다. DSR 규제에서 만기가 대출 한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이나 신혼부부는 40년 만기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 적격대출)를 이용하면 대출 가능 규모가 많이 늘어난다.
지난 6월 금융당국 발표 기준으로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은 30년 만기 대비 연간 원리금이 15%나 감소, 그만큼 DSR 비율이 떨어진다.
카드론도 만기를 신경 써야 한다. 현재 카드론 만기는 1년이 많았지만 DSR에 반영됨에 따라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카드업계는 전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급전 조달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서 만기가 큰 의미가 없었지만, 내년부터 DSR에 반영되면 연간 원리금을 낮춰야 대출 액수가 늘어나므로 약정 만기를 길게 가져가려는 회원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 연소득 3천500만원 대출자, 보험사에선 주담대 6천만원 더 많아
은행권에서는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기면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 이하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부터 이 기준이 적용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개인별 DSR가 50%까지 적용되는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대출이 없는 연소득 3천500만원의 사회 초년생이 서울에 있는 감정가 9억원짜리 주택에 주담대(만기 30년, 금리 3.8%, 원리금 균등 상환)를 받는다면 DSR 40%일 때 2억5천만원까지 가능하지만, DSR 50%에서는 3억1천만원까지 올라간다. 보험사에서 6천만원가량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연소득이 4천만원이고 주택가격이 8억원일 때 금리 3.7%를 적용하면, DSR 40%에서 대출액은 2억2천∼2억3천만원이지만 50%가 되면 2억8천만원으로 늘어난다.
비(非)은행권은 일반적으로 은행보다 주담대 금리가 높지만 보험사에서도 시기·신용등급·우대조건에 따라 은행권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수도 있다. 금리 산정 방식이나 우대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에 따라 일부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DSR을 은행 수준으로 낮춰 적용하고, 각종 우대 조건도 사라졌기 때문에 수요자가 미리 잘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주담대 이용 중이라면 DSR 미반영 대출 이용
이미 `억대` 주담대를 이용 중이라면 DSR 규제로 추가 대출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신규 대출의 경우 DSR에 반영되지 않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예·적금담보대출,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상용차금융, 분양주택 중도금대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분양오피스텔 중도금 대출,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사잇돌대출, 대학생·청년 햇살론) 등을 받을 때에는 DSR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추가 대출을 받을 때에는 이들 미반영 항목도 대부분 원리금이 DSR에 반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단, 약관대출, 예적금담보대출, 전세대출은 추가 대출을 받으려 할 때에도 이자만 반영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통 적립보험료에 7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약관대출은 DSR에서 제외돼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급여 외 소득 증빙도 대출액 확보에 도움
급여 외 다른 소득을 증빙하면 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연금소득, 금융소득, 기타소득 등 종합소득세 신고에 포함된 소득이라면 대출 한도 산출에 반영이 되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은 소득도 금융회사에 따라 인정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을 신청할 때 금융회사에 소득자료 `스크래핑`을 신청하면 데이터 조회를 통해 실제 소득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이 DSR에 반영됨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금 계획을 세울 때 주의해야 한다고 카드업계는 조언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 안내문에 카드론 가능 금액이 나오는데, 카드 여러 장을 사용하는 고객이 각 안내문에 적힌 카드론 금액을 모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자금계획을 세웠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은 문의가 많지 않으나 내년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민원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과 금융소비자단체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대책 때문에 필수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정부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사무처장은 "이번 대책으로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서민 등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부모 진료비, 본인·자녀 학자금 등도 대출한도에서 제외하고 금융당국이 이런 운영 지침을 명확하게 금융기관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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