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보다 질'…판을 바꿔라"[대선후보에게 바란다]

임원식 기자

입력 2021-11-04 17:58   수정 2021-11-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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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대선후보에게 바란다` 이번엔 일자리 정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정책은 이른바 `노동 약자`를 위한 친노동 정책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에선 비대면 문화 확산과 인공지능 로봇 등장에 따른 일자리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도 적잖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Intro 영상 :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공공일자리 확대와 정규직 전환까지.

    지난 4년,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일자리 정책들입니다.

    청년과 어르신, 비정규직 등 이른바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만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노동계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자리 숫자에 대한 집착과 조급함, 밀어붙이기식 방식에 따른 부작용이 컸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최저임금의 경우 4년 전 6,470원에서 올해 8,720원으로, 35%나 치솟으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적잖은 인건비 부담에 시달렸고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17` 6,470원 / 18` 7,530원 / 19` 8,350원 / 20` 8,590원 / 21` 8,720원)

    [박지순 /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로스쿨 교수 : (친노동 정책으로) 우리 산업과 사용자, 기업들의 부담이 굉장히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이 부담이 노동자에 전가되는 악순환이 이뤄지게 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그 정책이 실현되는 시점에 있어서의 경제적인 상황, 기업들의 부담 능력 또 근로자들의 니즈 등 이런 것들이 같이 논의되지 않고 획일적, 일방적, 일률적, 강제적으로 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앞으로 우리가 좀더 조심해야 될 그런 경험과 교훈을 준 것이 아닌가.]

    취지와 결과가 정반대로 돌아가는 이러한 일자리 정책에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6~7명은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에서 청년실업 배율은 2.67로, 1점대 중후반인 미국이나 독일, 일본보다 훨씬 높습니다. (미국(1.86), 독일(1.84), 일본(1.63))

    한 때 두 자릿수까지 치솟던 청년 실업률 수치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도 하지만 이는 정부 재정지출에 따른 일시적 취업이 가져온 착시라는 분석입니다.

    결국 정부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 총수들을 잇따라 만나 `청년 일자리 SOS`를 쳤습니다.

    민간 기업을 향한 일자리 창출 요청, 이전 정부들에서도 흔히 봤던 새삼스럽지 않은 모습입니다.

    [박지순 /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로스쿨 교수 : 소득의 불평등이라고 하는 노동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민간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활력을 높이기 위한 그런 규제, 혁신도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기자 스탠딩 :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 시장에서 누구보다도 일자리 정책에 관심이 큰 이들은 바로 청년입니다. 기존 일자리 정책에 대해 과연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또 앞으로 어떠한 일자리 정책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현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해 청년들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습니다.

    재정지출을 통한 일회성의 이른바 `공공 알바` 늘리기를 지양하고 일자리 수보다는 일자리 선택의 폭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혜린 / 대학생 : 국가가 일자리를 몇만 개 만든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 공공 부문이나 청년창업 자리에 지원하는 것 같아요. 공공 부문에 단발성 일자리에 굉장히 많이 취업하는 것 같아요. 고용 안정성 보장보다는 한 6개월, 1분기 그 정도만 취업이 가능하고 그 뒤로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이가은 / 대학생 : 일자리 갯수를 늘린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끔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줬으면 합니다.]

    고질적인 병폐인 일자리 수도권 편중 현상과 지역 특화라는 미명 아래 천편일률적인 일자리 또한 나아진 게 없다는 목소리입니다.

    [고지운 / 대학생 : 지역특화 일자리라고 해서 어느 한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보편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오히려 지역에 청년들을 정착시킬 만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AI 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도 일자리 정책은 과거 제조업 기반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휘수 / 대학생 : 일자리 정책을 펼 때 (정부가)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컨대) 그 기업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경제가 어떻고 지금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고 청년들이 그쪽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던가...]

    [김현진 / 대학생 : (업무시간 이후) 카톡이나 SNS 등으로 일을 추가적으로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건 규제가 없다보니까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수 없으니까 직장 상사의 말이니까 따라야 하는 것 같아서...]

    또 고용 유연성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직장을 자유롭게 옮기고 은퇴를 해도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관련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는 것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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