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가 뭐죠?"…'묻지마 투자' 키우는 깜깜이 백서

정호진 기자

입력 2022-02-11 17:30   수정 2022-02-11 17:30

    <앵커>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코인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투자정보를 얻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코인거래소들이 백서라는 이름의 사업계획서를 공개하고 있지만, 순 영어로 돼있는데다 내용도 부실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깜깜이 백서에 묻지마 투자로 내몰리는 실태를 정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 이후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 가운데 한글 코인백서가 마련된 코인 비율입니다.

    코인 백서란 코인의 사업계획서와 같은 문서로, 코인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는 투자설명서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백서는 전부 영어로만 쓰여있거나 과거에 쓰여진 백서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지 않고 방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 코인 발행재단의 공정 공시의 의무도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사실상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최화인/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위원: 백서도 업데이트하고 그런 게 필요한데 전혀 안되고 있죠. 적어도 국내 프로젝트에서 하는 것들은 한글백서를 의무적으로 하고 하는 게 중요하죠.]

    깜깜이 백서 문제는 가상자산거래소가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해 제도권에 들어온 뒤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금법 신고 이후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54개.

    하지만 코인이 상장되더라도 제공되는 건 개략적인 정보와 홈페이지, SNS 링크 정도가 전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백서도 읽어보지 못한채 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김태준/경기 고양시: 코인 관련된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합니다.(백서는 따로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아뇨 없습니다. 백서라는 게 있다는 정보도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이영광/서울 영등포구: (백서를 읽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딱히 뭐 백서에 있는대로 전도유망하다해서 코인이 올라가는 건 아니고, 그냥 흐름이랑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백서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시총만 조금 신경쓰는 편이에요.]

    금융당국도 이같은 문제를 알면서도, 당장 손을 쓰기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특금법상 자금세탁에 대한 조치만 가능하다"며 "공시 문제는 향후 업권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법이 없어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가상자산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정부가 법이 없다는 이유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수수방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앵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정호진 기자, 그리고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님 나와있습니다.

    먼저 정 기자, 결국 코인 투자자들이 믿고 참고할 투자 지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백서는 코인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설명합니다.

    이 코인을 통해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을 활용해, 코인을 얼마만큼 발행하고, 어디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국내 4대 상장된 코인들의 백서를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를 좀 보면요. 지난달 빗썸에 상장된 한 코인이 공개한 기술 백서는 A4용지 4장 정도에 불과하고요. 마지막으로 수정된 건 3년 전인 2019년입니다.

    여러 부분이 바뀌었음에도 투자자들은 이 백서만 보면 알 수 없는 겁니다.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금감원에 제출하는 투자설명서는 수백 페이지나 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요. 최근 업비트에 상장한 다른 코인은 국내 프로젝트임에도 영어로 된 백서만 공개됐습니다. 한글로 된 백서는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글 백서는 내부에서만 공유한다. 그게 내부 정책이라는 설명만을 내놨습니다.

    <앵커> 거래소가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깜깜이 투자를 할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얘긴데, 투자자 입장에선 답답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엔 이런 문제가 왜 생긴다고 보십니까?

    <정유신 교수>
    네, 시장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계속 나왔었죠. 그렇지만 이게 제도화된 시장은 아니지만 규모가 워낙 크고, 투자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가격의 등락도 심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됐어요.

    특히 이제 금융위원회에서 4개 거래소를, 등록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준 제도의 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자산들을 보게 되면 사실 펀더멘탈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느냐는 얘기들이 많이 있잖아요. 전반적인 그런 차원에서 평가 이슈 부분들을 짚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정부가 그간 코인거래소를 믿을만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꽤 해 왔는데, 이런 투자 정보에 대한 부분은 특별히 아직까지는 뭔가 보완된 게 없었나 봅니다. 정 기자, 어때요?

    <기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자는 움직임은 있지만, 국회에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공시 의무 등이 담긴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안이 계류 중인데요.

    일부 안에는 코인 백서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담겨 있고, 발행자의 특수관계인 보유 현황, 업무보고서의 주요 사항 등의 공시 의무가 담긴 안도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관리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건데요. 코인을 비롯해 디지털자산에 대한 감독기구를 통해 공시 제도를 마련하고 안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외에도 개별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적격성 평가 등을 진행하는 가상자산 인증평가 제도도 투자 지표를 마련하는 길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앵커>
    코인은 제대로 된 공시제도가 없기 때문에 현재대로면 "거래소가 심사했으니까 믿고 투자해라" 이런 얘기 같습니다.

    심사독점권을 좀 분산한다든지, 검증을 할 수 있는 제도 차원에서 방금 정 기자가 얘기한 가상자산 인증평가라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은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교수>
    시장 초기에는 제도가 아무래도 바로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고요.

    또 하나는 공공적인 차원에서 만드는 것도 있지만 시장에서 접근해서 또 시장스럽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우리 증권시장 같은 걸 보게 되면 주식도 있고 채권도 그렇고, 평가사가 있잖아요? 기존의 평가사가 있습니다. 그런 평가를 주식이라든지 채권 상장할 때 그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있겠지만, 마치 저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할때 평가하는 것처럼… 그것과는 별개로 민간에서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정보가 워낙 부족하잖아요? 그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네, 가상자산 인증평가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막 여러 업체들이 발을 떼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인증평가 업체들은 심사위원들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전문위원을 공개해 공신력을 얻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요.

    다만 시장에서는 이 부분에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코인 거래소에서는 코인 상장 심사팀의 신상을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깜깜이 심사라는 논란도 있지만, 코인 상장심사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로비 세력들이 접근해 심사의 투명성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신상을 공개하는 게 논란이 될 부분도 있다 라는 얘긴데, 교수님,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교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경우에 따라선 공개 안 할수도 있고…그런데 실질적인 차원에서 보면 자료를 줘야하기 때문에 완벽한 공개, 비공개는 있을 수 없고, 어떤 수준에서 보면 적정한 수준에서는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까 말씀하신 우려는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이를테면 저희가 위원회를 한다든지 할 때에도 전부 이해상충이 없다든지 작성합니다.
    만약 관계가 있을 경우 심사에서 배제하기도 합니다. 그런 틀로 하는 것이 제도 틀을 만들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그리고 정호진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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