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핵 재무장' 시사..."스위스 보다 큰 영토 상실"

최진욱 기자

입력 2022-0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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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핵 재무장 시사
"부다페스트 각서 협의회 회의 요구"
소련 해체 당시 핵전력 17% 보유


러시아의 침공 우려로 심각한 안보 위기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핵포기 정책을 재고할 가능성까지 시사해 주목된다.

지난 1994년 러시아, 미국 등과 체결했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담긴 핵포기 약속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세계3대 핵전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회의 소집을 촉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부다페스트 각서 협의회 회의 개최 요청과 관련 "이번에 4번째로 제안한다. 이것이 우크라이나나 나의 마지막 제안이 될 것"이라면서 드미트로 쿨례바 외무장관에게 협의회 회의를 소집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일 또다시 회의가 소집되지 않거나 회의 결과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한 구체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각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모든 권리를 가지며, 1994년의 모든 결정은 의혹에 부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약속했던 핵포기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가 핵무장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다페스트 각서가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가져갔던 핵무기를 되돌려 받을 수 없고 미국 등 서방국들도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흔들 우크라이나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소련이 보유하고 있던 핵탄두중 69.4%는 러시아, 17%는 우크라이나, 13%는 카자흐스탄, 0.6%는 벨라루스에 남아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핵탄두 1천656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6기, 전략핵폭격기 40대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십 분 안에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여러 차례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이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우크라이나는 이 각서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1996년까지 모든 보유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하지만 각서 서명국인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 보장 약속을 위반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는 각서 서명국들이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 복원과 안전보장 제공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핵전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보장을 받았다"고 상기시키며, "(현재) 우리는 무기가 없고 안보도 없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보다 더 큰 영토의 일부(크림반도)도 잃었다"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질적 안전보장 조치를 서둘러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방국들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안정·복구 기금 창설과 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이 연합국들에 제공했던 것과 유사한 물자 지원 프로그램 마련도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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