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가 오세훈 시장의 공약대로 구체적인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나서면서 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부동산부 김민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왜 분양원가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분양원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죠. 당연히 높은 분양가 때문입니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얼마일까요? 1월 말 기준으로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3,162만 원입니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따지면 분양가만 10억 원이 넘죠.
그런데 공공 아파트라고 싸지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민간에 비해 오히려 가격 상승폭이 높죠. 공공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죠.
만약 모두가 서울시처럼 정확한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면, 분양가에서 공공기관이나 건설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분양원가가 얼마인지 사람들이 알아야 아파트 분양가격이 적정한 지를 따져볼 수 있겠죠.
<앵커>
지금도 공공택지의 경우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지난 2019년부터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는 62개의 분양 원가 항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12개였는데 항목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서 등 세부내역 상당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죠.
그간 설계나 도급 내역서를 공개한 곳은 있었지만,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한 건 서울시가 처음입니다.
이번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되는데요.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의 적정 가격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기준이 될 수는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앵커>
SH공사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나서면서, 공공 아파트를 전국적으로 훨씬 더 많이 짓는 LH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보신 것처럼 공공 아파트 분양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파격 행보에 나서면서, 이제 화살은 LH로 향하고 있습니다. LH는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의 원가공개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경실련이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LH가 얼마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지를 따져봤는데요. 그 내용은 김원규 기자 자세히 브리핑하겠습니다.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1년부터 10년 동안 경기도에 분양한 단지는 총 62곳. 세대수로 5만가구가 넘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료에 따르면 분양수익은 1조 1,200억원에 달합니다. 경실련은 "LH공사가 분양가를 높인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발 더 들어가 살펴보겠습니다. 2011년 평균 분양원가는 평당(3.3㎡) 872만원인데 지난해는 1,053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간 약 20% 상승했습니다.
반면, 분양가는 2011년 평당 874만원에서 지난해 1,221만원으로 40%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건축비, 즉 아파트를 짓는 비용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서울.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어서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 이하로 건축비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LH의 경우 10년 동안 분양한 62개 단지 가운데 77%인 48개 단지에서 기본형 건축비 이상으로 받았습니다. 실례로 2019년 분양된 성남고등S3단지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를 평당 644만원보다 152만원 많은 796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분양원가 공개가 사회 이슈로 부상했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습니다. 경실련 출신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분양원가 공개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데 앞장선 모양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LH는 "법적근거가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앵커>
결국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건 분양원가 공개로 분양가에 거품이 끼지 않는 것일텐데, 민간 아파트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쉽지 않습니다. 일단 공공과 민간아파트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집 실내 인테리어를 해보시는 분들이면 아실텐데요. 어떤 자재를 쓰느냐, 실내 구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가 차이가 엄청나거든요. 요즘은 단지 조경에도 신경을 쓰고, 수영장이나 커뮤니티센터도 만들거든요. 직접 비교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걸 공공아파트와 비교해서 `비싸다` `싸다`, 혹은 `폭리다` 라고 따지는 것은 무리입니다.
건설사에게 분양 원가 공개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휴대폰의 개별 소재·부품 가격 등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김헌동 SH공사 사장도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토지수용권, 독점개발권, 용도변경권 등 3대 특권이 있어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쾌적한 곳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법으로 주어진 권한 덕분에 공공이 분양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거죠. 이에 반해 민간은 이런 권한은 없고 상대적으로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죠.
하지만 건설사들은 공공 아파트와 비교를 당하면서 다시 폭리 논란에 휩싸이지나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홍헌표 기자가 그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SH공사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민간건설사들이 당혹스런 입장입니다.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민간건설사들의 분양원가도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3.3㎡당 2,188만원->3,240만원)
건설사들은 더 좋은 입지에 좋은 품질로 짓기 때문에 공공과 동등하게 비교하는건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A건설사 관계자 :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원가 자체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데 원가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정말 아닙니다. SH나 LH는 공적인 역할이 있으니 오픈할 수 있겠지만 민간기업에게 원가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좀 과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B건설사 관계자 : 저희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노력을 엄청나게 하고 기술개발을 하는데 원가를 공개하면 그런 유인들 자체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만약에 외국계 회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공사를 하면 그 회사도 공개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원가공개나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논리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원가공개로 분양가를 낮추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논리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낮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공급해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당 아파트가 로또 아파트로만 인식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참여정부때 공공의 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신설했지만 집값 안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아파트 이익률은 각 건설사의 사정, 해당 상품의 시장수요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특히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이익률이 적정하고 이것을 넘어가면 과도한 이익이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더욱 낮게 책정해야된다라는 논리는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원가공개가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지만 공사비 절감으로 인한 아파트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분양원가 공개가 결과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수 있을까요?
<기자>
이것이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투명성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원가 공개로 분양가를 낮춘 공공 아파트가 시장에 많이 공급되면 이론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아주 충분한 양이 공급되면 말이죠. 사실상 어렵습니다. 서울시 역시 직접 보유한 토지 일부에서만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할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라는 분양가 규제가 있다는 점이죠.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이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로또 청약 광풍`을 일으키며 시장 과열을 부추겼거든요. 그래서 분양원가 공개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분양원개 공개 바람이 오히려 소비자와 건설사 간 불필요한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마녀사냥처럼 번질 수도 있습니다.
<드러난 아파트 분양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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