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주문 밀려"…없어서 못 파는 K-굴삭기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5-09 19:27   수정 2022-05-0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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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활기가 도는 곳, 바로 건설현장일 겁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우리 업체들의 장비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우리 건설장비. 도대체 얼마나 잘 팔리는 겁니까?

    <기자>
    일단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산 굴삭기 수출액은 8억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830억원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가 증가한 건데요.

    증가율로만 보면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죠.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놀라운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통상 굴삭기 판매는 건설기계 수출 1위 국가인 중국 매출과 궤를 같이 합니다.

    중국은 춘절 이후 굴삭기 수요가 급증하는데요. 계절적으로 2월에서 4월까지, 특히 3월이 최대 성수기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코로나 재확산으로 봉쇄 지역이 넓어지면서 중국향 굴삭기 수출이 3월 한달에만 90% 이상 급감했습니다.

    그런데도 전체 수출이 늘어날 수 있었던 건 중국 판매가 빠진 만큼 다른 나라로 수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굴삭기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봉쇄 중인 중국, 그리고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곳으로의 수출이 늘었고요.

    특히 수출 2위 국가인 미국으로 3월 한달 간 719억원 규모의 굴삭기가 수출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고요. 중국에서 까먹은 걸 미국에서 만회하고도 남은 겁니다.

    따라서 두산밥캣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로 대표되는 우리 건설기계 3총사의 1분기 실적도 중국향 수출이 쪼그라든 것 치고는 매우 선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미국에서 우리 굴삭기가 특별히 잘 팔리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공급 대비 수요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도 주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신규 주택 허가와 착공 건수가 최대치를 경신했고, 다른 기반시설과 인프라 투자도 견조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굴삭기 가동 시간이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3월 들어서는 한달 동안 74시간이나 가동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심할 때는 월 평균 굴삭기 가동 시간이 50시간 밑으로 내려갔던 것을 감안하면 가동 시간이 50% 이상 늘어난 것이고요.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미국의 굴삭기 수요가 얼마나 강력하냐면요.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굴삭기를 만드는 재료와 부품 가격이 올랐고, 따라서 굴삭기 자체의 판매 가격도 인상됐는데요.

    국내 건설기계 3사 모두 판가를 올렸는데도 북미를 비롯한 선진국 매출이 최대 50%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이 주 무대인 두산밥캣의 경우 현재 주문이 1년치나 밀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말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일단 굴삭기를 만들기만 하면 즉시 판매가 가능하단 얘기입니다.

    또 보통 이런 장비업체들이 반제품이라고 해서, 부품이 몇 개 빠진 제품들도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두산밥캣도 반제품 재고를 1천대 가량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들도 부품을 확보하는대로 조립해서 내다 팔아야 밀려드는 주문을 겨우 감당할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미국 말고 우리 굴삭기를 찾는 시장은 또 어디가 있을까요?

    <기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현재로선 중국과 러시아만 아니라면 대부분 희망적인 시장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건설 수요가 높다면, 중동이나 중남미, 동남아 등 신흥국과 호주에서는 채굴 수요가 강합니다.

    여기서는 현대건설기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올해 1분기 신흥국에서만 전년대비 61% 증가한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호주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500여대의 장비를 잇따라 수주했는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러한 채굴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아시아·대양주 지역에서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어난 3,300여대의 건설장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쟁 뒤에 따르는 재건 수요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기자>
    세계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내 교량만 300개, 도로는 8천km가 파괴됐습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입은 피해 규모만 무려 74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마저도 현재 파악된 고정자산 피해 만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 지속될수록 피해액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재건은 종전에 대한 그림이 어느 정도 나와야지 논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차라리 러시아향 수출 비중이 낮은 것을 리스크 해소 요인으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앵커>
    그래도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인데. 이쪽 수요가 회복돼야 의미있는 실적 성장을 이루지 않을까요?

    <기자>
    코로나 재확산 기조 아래에서도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한 투자를 늘려 경제를 안정화시킬 방침입니다.

    올해 중국의 인프라 투자 계획은 최근 2년 평균을 상회하면서 연간 건설 시장 성장률이 6.5%에 달할 전망이고요.

    중국 지방정부도 중앙정부 기조에 따라 지역별로 최대 10% 이상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결국 시간 문젠데요. 코로나 재확산세가 안정된다면 중국향 매출도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억눌렸던 인프라 투자 수요를 무섭게 흡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판가에 전가한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 부담까지 덜은 고마진 판매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올해 건설기계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 2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K-굴삭기, 세계를 다시 짓는다

    #가격 올라도 품절 #중국 러시아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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