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춤한 사이 '빌라' 뜬다…17개월째 거래 역전

입력 2022-06-01 14:25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매매·경매 시장의 추세가 아파트에서 빌라로 옮겨가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6천120건 가운데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3천808건(62.2%)으로 집계됐다.

서울 주택 매매에서 차지하는 빌라의 비중은 작년 12월(62.8%)에 월별 처음으로 60%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4개월 연속(63.4%→60.2%→64.8%→62.2%)으로 60%를 웃돌았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51.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그 비중이 더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4월 기준 강북구와 강서구에서는 전체 주택 매매 중 빌라의 비중이 각각 83.1%를 넘었다. 주택 매매 10채 중 8채 이상이 빌라였던 셈이다. 이어 은평구(74.6%), 양천구(74.4%), 금천구(71.2%), 도봉구(70.5%) 등의 순으로 빌라 비중이 높았다.

통상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그간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력 등이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는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로도 확인된다.

계약일 기준 빌라 매매 건수는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 연속 아파트 매매 건수를 추월했다.

이는 주택 거래가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규제가 집중되고 비싼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매수 수요가 몰리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KB 주택가격동향 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는 3억4천780만원으로, 평균 아파트 매매가(12억7천818만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아파트와 달리 별도의 전세자금대출도 받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진 가운데 가격이 싼 빌라가 고가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 셈이다.

주택 법원경매 시장에서도 아파트보다 빌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7.6%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전달 대비 낙찰가율이 하락한 아파트(105.1%→96.4%)와 오피스텔(100.7%→99.0%)과 대조적이다.

용산구 청파동1가의 빌라 지하 1층은 지난달 경매에서 감정가(2억5천만원)의 세 배가 넘는 7억5천864만여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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