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사는 여자’ 백은혜가 명품 연기로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백은혜는 지난 2일 방송된 JTBC 드라마페스타 ‘불행을 사는 여자’에서 불행의 점철된 삶을 살아온 정수연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이때, 백은혜는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수연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백은혜는 공허한 눈빛,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불우한 인생을 차선주(왕빛나 분)의 응원과 선행에 기대어 해쳐온 정수연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결혼 생활 앞에 또다시 차선주에게 의지했다. 자신을 도와주는 차선주에게 “언니는 꼭 불행을 사는 여자 같아. 나는 불행을 사는 여자, 언닌 그 불행을 사는 여자”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정수연은 점점 차선주의 삶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제 집인 것처럼 살림살이의 위치를 바꿔 놓고 부부침대에 누워 있는가 하면, 마음대로 옷을 꺼내 입고 차선주의 연재 자리를 차지하는 등 여유로운 표정 속 감정 없는 눈빛으로 선 넘는 행동 일삼는 모습으로 숨 막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게다가 차선주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한층 밝아진 얼굴과 들뜬 모습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소름을 자아내기도.
모든 진실은 등단파티에서 드러났다. 음침하고 초췌한 기존 모습과는 달리 당당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한 정수연은 “타인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에 감사하는 캐릭터에요. 다른 사람이 불행한 걸 봐야 자신이 가진 불행을 견뎌낼 수 있으니까요”며 차분히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을 설명했고, 차선주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공개된 진실은 놀라웠다. 결혼 생활이 파토난 정수연을 집으로 데리고 간 것도 차선주 본인이었고, 가장 행복해야 했던 결혼식 날 정수연의 비밀을 우현에게 말해 가정을 깨트린 것도 차선주였던 것. 이에, 차선주가 자신의 불행을 희망삼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정수연은 “언니가 그동안 해 왔던 행동이잖아. 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말야. 본인은 악인인지 몰라요. 되게 좋은 사람인 줄 알아”며 일침을 가하며 소름을 유발했다.
이처럼 백은혜는 오랜 세월 조용히 뒤틀리며 위태로운 균열의 전조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정수연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하며 극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특히, 감정을 억누른 차분한 표정, 냉정한 말투, 서늘한 조소로 캐릭터의 묘한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백은혜는 마지막 반전을 선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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