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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스테그플레이션 뛰어넘어 복합위기 우려된다…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6-20 07:43   수정 2022-06-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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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도 열흘 남짓 있으면 마무리된다. 연초 비교적 낙관적으로 출발했던 세계 경제가 지난 2월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제봉쇄 조치, 신흥국 금융위기 등과 같은 대형변수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
종전과 달리 올해 상반기 대형변수들은 ‘성장률 훼손’과 ‘물가 상승’에 유독 큰 영향을 주는 변수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이 작년 말과 이달에 내놓은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대형 변수들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3% 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온다.
<그림 1> 중국 경제봉쇄조치 충격 (자료: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 2022년 5월)

예측기관들의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과연 침체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벌이던 경기 논쟁은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서 ‘슬로플레이션’ 우려로까지 번졌다. 그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는 시점에서 세계은행(WB)은 ‘스테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WB의 스테그플레이션 경고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5%로 추락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이후 Fed의 물가 목표치(2%)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 지속되다가 5월에는 8.6%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증시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

중국 경제 상황은 더하다. 작년 1분기 18.3%에 달했던 성장률이 올해 1분기에는 4.8%로 급락했다. 경제봉쇄 조치가 집중된 올해 2분기에는 2%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0% 내외로 추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율은 한 달이 지날 때마다 2배씩 뛰고 있다.

부존 자원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유로 경제는 올해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고 6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대로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스테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태생적 한계인 정책대응 때문이다. 1980년대 초에 나타났던 스테그플레이션은 2차 오일쇼크 파장이란 ‘단선형 성격’인 데 반해 이번에는 지정학적 위험, 디스토피아, 이상 기후, 공급망 훼손, 출구전략, 경제봉쇄조치 등과 같은 ‘다중 공선형 성격’이 짙다.

지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했다. 월가에서 주목했던 것은 이번에 금리인상 폭 0.75%p보다 직전에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렸던 1994년이다. 이때부터 각국 금리 간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발생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커다란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림 2> 6월 FOMC 회의 점도표 (자료: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



대발산은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포착해 현재 미국 시카고 대학의 케네스 포메란츠 교수가 처음 주장한 용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신흥국이 선진국의 기술을 흡수해 압축성장이 가능해짐에 따라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는 ’대수렴(great convergence)’으로 반박했다.

‘불균형’의 상징어인 대발산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던 때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차가 추세적으로 처음 벌어지기 시작했던 1994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당시 현안이었던 물가를 잡기 위해 1994년 3.75%였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6%로 대폭 올렸다. 반면 유럽국가들은 1990년대 초 통화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차 확대는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역(逆)플라자 합의까지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 국면이 지속되는 루빈 독트린 시대가 전개됐다. 대표적으로 1995년 4월 79엔대까지 폭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불과 5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148엔까지 치솟았다.

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자금이동이론 상 미국 금리가 오르고 강달러가 되면 신흥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이탈이 발생한다. 대발산이 시작됐던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를 시작으로 1996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국가채무 불이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신흥국들은 순차적으로 금융위기를 겪었다.

6월 FOMC 회의 직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1994년 이후 전개됐던 상황이 되살아나는 데자뷰 악몽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물가, 금리 간 상충관계인 트릴레마에 빠진 여건에서 미국과 친미 성향 국가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반면, 중국과 친중국 성향 국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 이미 대발산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도 재현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논쟁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해 5월 이후 달러인덱스는 89대에서 105대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 엔·달러 환율은 107엔대에서 135엔대로 치솟고 있다. 미국은 당면한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옐런 독트린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신흥국들은 1990년대 상황보다 더 안 좋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 금리정책에 따라 빚의 무서움을 모르고 조달했던 달러부채 만기일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2025년까지 매년 평균 4,000억달러 이상 달러부채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올들어 신흥국 위기도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적극 참여국을 중심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보면 취약 신흥국 74개국 중 무려 58개국이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IMF도 디폴트설에 시달릴 정도로 재정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최대 쿼터국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수주의로 재원확충이 순조롭게 이루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된 금융위기로 구제금융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IMF는 194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자체 국채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각국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일단 경제 콘트롤 타워부터 중앙은행 수장에서 최고통수권자로 격상됐다. 우선순위도 금리인상 등과 같은 총수요 관리대책에서 총공급 중시대책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1980년 초의 감세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 노사 화합, 생산성 증대, 인프라 확충, 공급망 확보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그 어느 국가보다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정작 스테그플레이션이 닥칠 확률이 낮다고 보고 있다. 복합위기, 경제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새 정부의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그 근거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잠재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적은 점을 들고 있어 취약하다.

현재 한은의 입장대로 경기 부담 없어 물가를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두더라도 실업률이 높아지면(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의 ‘희생률’) 노조가 강한 우리 경제 여건상 사회적 저항이 커질 수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도 MZ 세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그플레이션이 닥칠 확률이 낮다는 한은의 인식부터 개선돼야 할 때다.

<그림 3> 한국 기준금리 변경 추이 (주 : ( )안은 기준금리 변경일자/ 자료: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2년 6월)

새 정부가 지금의 우리 경제를 복합위기로 규명하고 앞으로 경제태풍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 기업 그리고 국민 모무 위기 극복에 나서는 ‘프로 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공공선)’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분열과 이기주의는 복합태풍위기 극복에 최대적(敵)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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