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바이든 '딜레마'…알래스카 유전 카드 꺼내

입력 2022-07-09 18:51  


미국 정부가 알래스카주 북부 유전지대인 노스슬로프의 석유 시추 프로젝트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무부는 이날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가 `윌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유전 개발 계획에 대한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윌로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 내 유전을 개발해 60억달러(약 7조8천억원) 규모의 석유·가스를 생산한다는 코노코필립스사의 야심 찬 유전 개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 승인됐으나 지난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당시 알래스카 지방법원은 코노코필립스가 기후 변화와 북극곰, 순록 등 현지 야생동물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할 것을 정부에 명령했다.

이 계획은 백지화 위기에 몰렸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재승인을 위한 중요한 단계를 밟은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최대한으로 개발되면 하루 18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향후 30년간 2억7천8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됐다. 내무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여러 개발 시나리오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기에 윌로 프로젝트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에너지·환경 정책 수석부회장인 크리스티 골드퍼스는 트위터에 "내무부가 코노코필립스의 윌로 프로젝트 승인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에 분노한다"고 썼다.

지난 60년간 알래스카는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해빙이 사라지고 동토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상승하고 북극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다. 특히 영구 동토층까지 녹아 코노코필립스가 시추 장비를 고정하기 위해 땅속 온도를 낮추는 특수장비까지 투입하는 계획을 마련할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알래스카에서 석유 개발 프로젝트를 재개한 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중립 공약을 뒤로 한 채 에너지 안보를 명분 삼아 화석연료 투자를 재개 중이다.

NYT는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국내 원유 공급을 늘리려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알래스카 유전 개발을 허용한다면 그의 대선 공약은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는 45일간 여론 수렴을 거쳐 올해 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내무부는 이날 공식 웹사이트에 환경영향평가 결과 문건을 올린 지 수시간 만에 문서 오류를 이유로 이를 삭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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