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10년…대형마트·협력업체·농가 모두 피해

전효성 기자

입력 2022-07-22 19:07   수정 2022-07-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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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잃어버린 10년"
    <앵커>

    2012년 도입돼 올해로 10년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당초 취지는 못 살린채 대형마트 매출 감소, 중소협력업체 피해, 일자리 증발 등 부작용만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일부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영업 규제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효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스탠딩: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는데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미 낡은 규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통산업을 둘러싼 규제의 장벽을 오늘 들여다봅니다.]

    대규모 리뉴얼을 마친 한 대형마트 점포입니다(홈플러스 간석점).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공간을 재배치했습니다.

    급속도로 성장 중인 온라인 쇼핑에 맞서 식재료를 직접 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공간으로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곳은 지난해 6,800억원에 대형 건설사로 매각이 확정됐습니다(이마트 가양점).

    해당 부지는 주상복합 오피스텔로 개발될 예정인데, 건물이 다 지어지면 마트는 상업 공간에 임차를 해서 다시 들어올 계획입니다.

    점포를 직접 보유하지 못해 점포 운영의 자율성은 떨어지게 되지만, 큰 금액의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선택한 고육책인 셈입니다.

    실제 대형마트는 지난 10년간 온라인 쇼핑에 밀리며 꾸준히 뒷걸음을 이어왔습니다.

    대형마트 3사 점포 수는 400개를 밑돌고(2019년: 406곳→2021년: 384곳),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도 상황은 비슷합니다(1,215곳→1,103곳).

    업계에서는 2010년대 초반까지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마트업계가 주춤하게 된 계기로 월 2회 의무 휴업 규제를 꼽습니다.

    고객 방문이 가장 많은 주말에 영업을 쉬어야 하는 건데, 이를 기점으로 지난 10년간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으로 고객이 대거 이탈했다는 겁니다.

    [마트업계 관계자: (마트는) 주말 매출이 훨씬 크잖아요 평일보다. 그리고 온라인 배송도 못하고…]

    [마트업계 관계자: 대부분 일요일에 쉬다 보니까 매출 타격을 10년 동안 매달 두 번씩 1년을 본다고 하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대형마트 의무 휴업규제는 과연 효과를 거뒀을까.

    지난해 한 조사(전경련)에 따르면, 마트 휴무시 쇼핑 대안을 묻는 질문에 "전통시장에 방문하겠다"는 응답은 8.3%에 그쳤습니다.

    마트 대신 슈퍼마켓(37.6%), 온라인 쇼핑(14.7%), 편의점(11.3%)을 찾겠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한국유통학회)에서는 "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가겠다"는 응답(5.8%)보다 "쇼핑을 하지 않겠다(19.7%)"는 응답이 3배 이상 많았습니다.

    마트를 누르니 전통시장이 떠오르는 긍정적인 풍선효과는 사실상 없던 셈입니다.

    [송이나 / 용산구: 주말에 (마트에) 갔는데 문 닫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많이 불편해요. (휴무일에) 시장은 잘 안 가고요, 그냥 없이 살던가 아니면 쿠팡이나…]

    [장효진 / 안산시: 전통시장이 주변에 많지도 않고, 마트가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대형마트를 규제로 반사 이익을 얻은 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쇼핑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입니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한달에 두번 의무 휴업해야 하는 반면,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주문과 배송에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유통 시장 점유율은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17.9%→15.7%).

    점포를 기준으로 하는 비합리적인 온라인 배송 규제도 문제입니다.

    같은 제품인데도 마트 점포에서 출발하면 휴무일 배송이 불가능하지만, 마트가 보유한 물류센터에서 출발하면 휴무일에도 배송이 가능합니다.

    대형마트가 촌각을 다투는 새벽배송 경쟁에서 이커머스 업체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각각의 대형마트 점포는 도심 근거리 물류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에서 제대로 효율을 내지 못하는 셈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마트 점포를 기반으로 한 10년 전의 규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준석 / 가톨릭대 교수(한국규제학회장): 공통적인 경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달하는 업체들이죠. 대형마트 대 골목마트, SSM 대 골목마트,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직접 가는 마트와 온라인 마트의 경쟁이다 이렇게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마트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무 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 같은 사회적 효과가 크지 않았던 만큼, 휴무일을 없애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온라인 쇼핑이 전체 유통업에서의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는 경쟁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트 업계에 따르면 주말 휴무일 하루당 약 158억원 어치의 농수산물 매입이 끊깁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3,800억원에 달하는데, 이같은 부담은 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규모 납품업체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한국유통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당 1,374명의 고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2년간 20개 넘는 점포가 사라졌다는 것을 비춰본다면 약 3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입니다.

    [김성준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규제라는 건 그 목적을 달성했을 때 의미가 있는 건데, 대형마트 옆에 중형, 중대형 마트, 어느정도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마켓으로 간다 이거죠. 결국 대형마트 규제는 그 목적을 상실했죠.]

    마트 의무 휴업일이 여러 부작용을 안고 있지만, 규제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제도 개선이 가능한데, 현재의 야당은 마트 의무 휴업이 소상공인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 노조와 시민단체는 월 2회 휴무가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강진명 /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의장: 유통재벌의 이윤에 맞서 노동자의 살 권리와 쉴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에 다시 나서겠습니다. 우리의 삶을 개악하려는 움직임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새로운 소통창구인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마트 의무 휴업일 폐지에 대한 온라인 국민 투표를 받고 있습니다.

    열흘 간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인데, 높은 지지를 받을 경우 관계 부처를 통해 규제 개선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구시대적 규제, 골목상권 보호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유통업계와 시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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