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집값 동시다발적 붕괴…SF 복합위기로 악화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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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08 07:53   수정 2022-08-08 15:40

세계 집값 동시다발적 붕괴…SF 복합위기로 악화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대형위기가 발생한다” 모든 예측기관이 또다른 10년인 202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가장 먼저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던질 화두다. 대형위기란 199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아시아 통화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됐던 리먼 사태급 위기를 말한다.

대형위기는 글로벌화가 급진전됐던 1990년대 이후 주로 발생했다. 그 이전까지 위기는 특정국의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수지적자, 과다한 외채, 부채 만기 불일치, 자본자유화에 따른 부작용, 고정 환율제 등 내부 요인에 기인한다고 봤다. 신흥국 위기를 설명할 때 널리 알려진 ‘자산 거품 붕괴 모형(boom&burst model)’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각국의 빗장이 빠르게 열리면서 내부 요인보다 선진국 자본의 유출입, 자본 수출국의 통화정책 변경, 각국 자본시장 간 통합정도 등 외부요인에 의해 위기가 발생하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위기 성격도 채무 위기, 부동산 위기, 실물경기 위기 등이 겹치면서 다중 복합적인 성격이 짙어졌다.

<표1> 유형별 과거 금융위기 분류(자료: Hofman et al., “The Duration of Capital Account Crisis")



경제역학 구도 상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자기실현적 기대 가설(self-fulfiling expectation hypothesis)’에 따라 위기가 발생한 경우도 많아졌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가 도래하면서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경제기초여건이 양호하더라도 최고통수권자, 집권당, 경제정책 등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가 형성될 경우 자본 흐름이 역전되면서 대형 위기가 발생했다.

2020년대 들어 대형위기가 발생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0년 전 발생했던 글로금융위기부터 극복됐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가 위기를 당할 때에는 초기에는 돈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이 단계를 조속한 시일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시스템 위기’로 이어진다. 시스템 위기로 실물경제에 제 때에 돈을 공급해 주지 못할 경우 ‘실물경제 위기’로 악화된다.

모든 위기는 이 같은 수순으로 극복해야 한다. 위기 극복 3단계설로 볼 때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부 능선’을 지나고 있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가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빠르다는 평가다. 가장 큰 유동성 위기극복 과제는 미국의 경우 분야별로는 부족한 곳이 있으나 절대 규모로는 마무리됐다. 유럽, 일본 등 미국 이외의 국가는 아직도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국이었던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위기 극복에 가닥을 잡은 것은 ‘브라운식 모델’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브라운식 모델이란 위기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고든 브라운의 이름을 따 붙여진 용어다. 국가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해 정책을 적기에 결정하고 국민이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대규모로 신속하게 추진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말한다. 1990년대 대공황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식 경기 처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위기 진전 혹은 극복 3단계론 (자료: 한국경제신문)



미국이 리먼 사태를 맞아 ‘브라운식 모델’을 채택한 것은 시장의 기능과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브라운식 모델은 위기 처리에 국가의 역할을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복원력이 없을 때 적용하는 위기해결 방식이다. 다른 위기 대처법은 시장의 기능과 복원력을 전제로 한 것으로 리먼 사태처럼 시장의 기능과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대증 요법에 불과하다.

Fed는 1세기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서너 단계씩 내리는 ‘빅 스텝’ 금리인하와 양적완화(QE)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수단으로는 유동성 공급대상 담보채권과 기관 확대, 회사채 직매입, 모기지 증권(MBS) 시장 지원, 국채 직매입 등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에는 비상시에 추진해 왔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 모두 곧바로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대상이 된다.

출구전략을 언제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많이 알려진 데로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대책’으로 이해된다면 비상이냐 정상이냐 가릴 것 없이 금융위기 이후 추진했던 위기 대책이 모두 출구전략 대상이 된다. 반면 출구전략을 ‘위기 이후 상황을 겨냥한 선제적인 정책’으로 정의한다면 위기 이후 추진했던 비상대책만 정상화시키는 대책으로 제한된다.

후자의 개념대로 한다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추진하는 시기는 구별해야 한다. 모든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특히 양적완화(QE) 등으로 상징되는 이번 비상대책의 강도가 워낙 컸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닥쳐서 마련할 경우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추진한다면 위기 재발 등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경제를 망친 대표적인 사례로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했던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들 수 있다.

2015년 12월 이후 금리를 인상해온 Fed가 2019년 7월 이후 4년 만에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서 제2 에클스의 실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이분법 경제(dichotomized economy)`를 ’연계 경제(dis-dichotomized economy)‘로 전환시켜야 하나 여전히 금융과 실물부문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닥친 코로나 위기로 풀린 자금으로 지칠 줄 모르게 올랐던 세계 집값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인상 이후 세계 집값 하락률은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3% 정도 급락했다. 1990년대 초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불패론’를 제기한 이후 세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최후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강남 아파트마저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 방지 차원에서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뒤늦은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츨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별로 차이가 크지만 세계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작년말에 비해 2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초 3%를 못 미치던 미국의 30년 모기지 금리는 한때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인구절벽 우려도 세계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올들어 “세계 인구는 20세기 이후 120년 동안 지속돼온 팽창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돌이킬 수 없는 인구구조 변화는 모든 분야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인구절벽 우려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 인구절벽 우려에 중심에 서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다. 1년 전 “중국 인구가 감소됐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계기로 제기됐던 중국의 인구절벽 우려는 결국 현실화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도 인구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제성(preemptive)’이 생명은 각국 중앙은행이 1선 목표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 이번처럼 초기 진단에 실패해 뒤늦게 금리를 말이 뛰는 식으로 올리다간 부작용이 우려돼 왔다. 특히 2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로 각종 부채가 위험수위가 넘어선 상황에서는 후폭풍이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고한 ‘SF 복합위기’가 올 것인가 여부다. SF 복합위기란 1980년대 초 스테그플레이션과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발생했던 모든 형태의 위기가 복합된 대형위기다.

이미 세계 경기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세계 경제 주도국의 물가는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웃돌고 있다. 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들어 두 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판단기준으로 본다면 ‘경기침체’다.

세계 경기 앞날과 관련해 더 우려되는 것은 인구절벽이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대 교수가 출간한 ≪인구 대역전(원제;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해빙될 무렵 세계 인구가 감소하면 세계 물가는 10%대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구절벽에 따른 인플레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린다면 세계 인구증가 시기에 잠복돼 왔던 빚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빚은 2007년 113조 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230조 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은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빠르고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다.

지난 3월 이후 세계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자마자 제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우려가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루 미국 국민들의 밀린 집세는 100조원에 달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밀린 집세로 강제 퇴거당한 사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노멀 SF 대형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만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처방으로는 안 된다. 종전의 이론과 관행을 뛰어넘는 ‘문샷 싱킹’ 위기 대처법이 필요하다. 각국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이달 말에 열릴 ‘2022 잭슨홀 미팅’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림 2> 美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구글 트렌드(자료: 구글, 한국은행)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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