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에 발목 잡힌 AI 의료기기…"규제 개선 시급" [2022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포럼]

박승원 기자

입력 2022-10-20 15:25   수정 2022-10-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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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3D 프린팅, 원격 의료진료 등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은 전무하다.

이 가운데 AI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와 급여화 절차가 까다로워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은 영향이다.

20일 한국경제TV가 주관한 `2022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포럼`에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동향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사업협력 사례를 통해 경쟁력 강화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만큼, 제도적 개선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진입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최적의 조건…"규제 완화 시급"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혁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를 선정했다. 현재 120개 국정과제 안에 바이오헬스가 포함돼 있고, 많은 형태의 규제를 효율화하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이 세계적으로 우수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활성화기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이날 `2022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포럼`에서 연설을 맡은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은 "우리나라는 많은 형태의 데이터를 효율화하는 등 의료 데이터 모으기에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AI와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수술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고, AI와 자동화 기반의 바이오 파운드리의 노력으로 10년이 걸리는 코로나19 백신이 1년만에 개발됐다. 40분이 넘게 걸리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AI 기술을 활용해 15분 촬영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 상태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의료기기가 현재 100건이 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상용화는 전무하다. 건강보험 수가에 진입한 AI 의료기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 당국은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통해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의료기기가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못하면 의료 현장에서 사용돼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의료 기관이 추가적인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현장에서 쓰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단장은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단일보험 체계에서 수가 시스템에 들어가지 못하면 수익 창출이 어렵다"며 "최근에 비급여지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급여까지는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만, 위해도가 낮고, 안정성이 입증된 기술에 대해선 시장 진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선진국에선 당국의 허가를 받은 기술에 대해선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며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따라 옥석은 가려지고,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약품 보완재…"상호이익 창출 모델이 중요"

이날 `2022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포럼`에선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함께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간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고령화로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찾는 분야다. 의료 패러다임이 예측, 예방적인 성격으로 변화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사용이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제약·바이오 기업과 디지털 헬스 기업간 협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날 임재준 뷰노 본부장은 `디지털 헬스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사업협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아직 리더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 모든 국가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협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동화약품, 동국제약 등이 국내 기업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는 물론 사업협력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AI 기술을 결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이같은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서로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필수라는 게 임 본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제약사와 달리 유통망 등 인프라가 부족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경우 제약사 영업직원과의 협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임 본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제약사의 유통망에 의존하는데, 의약품과 달리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AS 문제가 많다"며 "AS나 고객 의견 수렴 등 CS 업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제약사와 협업을 할 때는 잠재적으로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협업 후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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