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징집병 훈련소를 직접 방문해 `강한 남성` 이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 속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 군의 사기를 북돋우고 건강 이상설 또한 반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TV는 푸틴 대통령이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랴잔 지역의 징집병 훈련소를 방문한 모습을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함께였다.
러시아 국영 TV는 검은색 상·하의 차림의 푸틴 대통령이 사격용 귀마개와 보안경을 착용하고 위장용 그물 밑에 엎드려 최신 러시아제 드라구노프 SVD 저격용 총을 여러 발 쏘는 장면을 내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 훈련소에서 징집병들이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고 장갑차와 맞서 싸우는 모의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이들이 비상 의료 상황이나 화재 등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는 모습도 참관했다.
동원된 예비군에게 "훈련소에 온 지 얼마나 됐는가", "예전 실력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가" 등 말을 거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부터 리더십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상의를 벗고 말 안장에 오르거나 영하의 날씨에 맨몸으로 얼음물에 들어가는 등 `마초` 이미지를 대중에 공개해왔다.
서방언론은 이번 부대 시찰이 러시아군의 고전이 지난 7월 이후 지속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러시아는 9월에는 동북부 하르키우주(州) 전선에서 물러섰고 현재 남부 헤르손 전선에서도 불안한 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전날 러시아군이 드니프로강을 넘어 대규모 후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9월 발동한 부분 동원령이 러시아 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며 자국 내 여론도 악화한 상황이다. 특히 동원된 예비군들이 훈련이 거의 없이 부실한 장비를 갖고 전장에 바로 투입돼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들끓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푸틴 대통령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건강 이상설도 이번 퍼포먼스의 동기로 해석했다.
올해 70세인 그가 암, 파킨슨병, 조현병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것도 지지율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실제 푸틴 대통령이 훈련소를 방문했을 당시 그의 곁에는 의료 물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든 수행원이 뒤따랐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수행원은 핵 공격을 원격으로 승인할 수 있는 장치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스를 들고 푸틴의 뒤를 따랐다고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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