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롯데 vs 금속의 포스코…배터리에서 붙는다

강미선 기자

입력 2022-11-07 15:08   수정 2022-11-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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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롯데 하면 유통, 포스코 하면 철강이 떠오르죠.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기업이 현재 배터리 소재사업에서 맞붙고 있는데요.

    기업 총수들까지 챙길 정도로 배터리 소재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롯데와 포스코가 기존 강점을 살려 어떻게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롯데가 어떻게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기자>
    보통 롯데하면 제과 등 유통 산업이 떠오르지만,

    지난해 기준 그룹 매출을 보시면요 전체 65조 원 중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등 석유화학 2개 사가 매출의 절반인 약 30조 원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석유화학 부문 또한 유통처럼 고성장 산업이 아니고 특히 올해 공급과잉과 업황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롯데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 총 4조 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5조 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나요?

    <기자>
    배터리 산업은 크게 화학, 금속, 제조로 나뉘는데, 기존 화학 분야를 살리는 방향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들어가는 소재원료들을 만들거나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우리나라 동박 1위기업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속도가 붙었는데요.

    동박은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입니다. 전기차 한 대에 동박이 약 40kg 들어갑니다.

    전해액 유기용매, 분리막 소재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재뿐 아니라 바나늄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제조업체(스탠다드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알미늄도 각각 동박(솔루스첨단소재), 양극박(알루미늄박) 사업을 하고 있고요.

    <앵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재무 부담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은 어떤가요?


    <기자>
    롯데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4~5년 전부터 배터리 소재로 사업 다각화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늦은 편입니다.

    롯데는 그동안 석유화학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다, 올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기점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인수 비용 관련해서도 고평가 논란이 있습니다. 3년 전 SK넥실리스가 비슷한 규모의 KCFT 동박회사 인수했는데 당시 인수금액(1조 2천억 원)보다 두 배가량 높은 2조 7천억 원입니다.

    다른 그룹에 비해 늦게 출발하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인데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맞물리며 재무적인 부담을 안게 된 겁니다.

    특히 최근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그룹사 자금지원에도 나서자 NICE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하향검토·등급감시 대상에 올렸습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진머티리얼즈는 내년 1분기 롯데케미칼 실적에 반영이 되고,

    전반적으로 새로운 배터리 소재사업은 공장이 내년 말이 돼야 가동돼 수익이 잡힐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한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도 3년 전과 비교해 절반, 올해 초와 비교하면 20% 가량 떨어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포스코는 롯데와 어떻게 다르나요?

    <기자>
    포스코는 2019년부터 배터리 소재산업을 본격화했는데요. 철강사업이 모태니, 금속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배터리 광물부터 다 써서 돌아오는 배터리의 소재 재활용까지 풀 밸류체인을 그룹사 내에 갖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포스코는 리튬과 흑연을 공급하고, 포스코케미칼은 이를 받아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해 배터리 제작사에 납품합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에만 GM과 두 차례 계약을 통해 약 22조 원 수주를 따내고, 3분기 분기 매출 첫 1조 원을 달성하면서 현재 분기마다 역대급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수익이 나고 있고 앞으로의 수익을 위해 해외 공장 증설에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환호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3년 전에 비교해 4배,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앵커>
    결국 두 회사 모두 최근 들어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것인데 현재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입니다.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자>
    진입 시점이 달랐습니다.

    포스코케미칼도 2019년 전까지만 해도 생석회 만드는 회사에 불과했지만 2년 이상 양극재 분야에 투자에 이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롯데는 올들어 본격 시작한 만큼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인거고요.

    하지만 롯데도 저력이 있는 만큼 두 그룹은 결국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직접 경쟁하는 분야는 없습니다. 배터리 소재라는 큰 시장 안에서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금속을 중심으로 리튬, 니켈 등 광물을 제련하고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듭니다.

    롯데는 분리막 외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를 만들지 않고, 소재에 들어가는 소재, 원료를 만들고요.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후발주자로 참여했고, 롯데케미칼은 동박 사업 중심으로 배터리 기타소재 등 틈새시장을 노린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시장이 137조 원까지 커질 전망인데, 둘 다 그룹사 자체적으로 배터리 소재사업을 크게 하다 보면 인수합병 등 겹치는 분야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배터리 소재와 광물 분야 모두 공급망 내재화가 필요한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기업이 각 분야에서 시장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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