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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동산시장, 어떻게 예측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11-2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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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 요즘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현실이다. 지난주부터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등 네 분야에 걸쳐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시나리오인 다섯 번째 주제인 부동산 시장 예측방법을 다룬다. 부동산 예측은 어떻게 하나?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방안으로 인구통계학적 분석기법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이론은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구성에서 자가(自家)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자산계층(좁게는 40∼50세, 넓게는 35∼55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골자다.

한 나라의 인구구성에서 자산계층이 두터우면 부동산 가격은 높게 형성되고, 실수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설령 금리 인상과 같은 부동산 시장에 비우호적인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도 현 자산계층이 은퇴하고 이후의 자산계층이 어떤 형태로 채워주느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은퇴하는 자산계층보다 이후의 자산계층이 더 두텁게 채워지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 국면은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이 이론에 근거한 부동산 가격 전망이다.

현재 자산시장의 예측에 관한 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해리 덴트와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가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질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특히 해리 덴트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2010년 이후에는 미국 경제와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국면에 빠질 것으로 오래전에 내다봤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증가하겠지만 은퇴 이후 비용을 충당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은퇴자들은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봤다.

미국처럼 은퇴 이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적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인 분석기법은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세대가 갈수록 자산계층이 더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지금은 우리 인구역사 상 베이비붐 시대인 1955년에서 1965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이 자산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현재 자산계층이 은퇴하면 이후의 자산계층은 급격히 엷어질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아파트 경기는 현 자산계층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2025년 이후에는 장기간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사두기만 하면 시기가 문제이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아파트 불패 신화’는 점점 임계점에 다가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반면 수도권 내부에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슬럼화 현상이 경제정책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서 슬럼화가 진행된다면 강남보다 비강남권, 아파트 평형으로는 소형보다 중대형일수록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평생 번 돈과 빚을 내서 자가 소유(그중에서 아파트 한 채)에 맹목적으로 전부 투자(all in)하는 우(愚)는 경계해야 한다. 인생의 행복이란 가치 판단이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기 주택 소유 이외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인생에 행복을 주는 자가 투자 규모는 자기 연봉의 약 4∼5배 이내라는 점을 한 번은 곱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경기, 주가, 금리, 환율, 부동산 예측 방법을 알아봤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자 싶은 말은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 과정에서 예측을 실패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금융위기 이후 마크 파버의 ‘중국 경제 붕괴론’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코로나 이후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I(수직 절벽)형 세계 경기 예측’도 대실수에 해당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비관론자들이 주가 상승률이 무려 100%가 넘는 확실한 추세를 읽지 못하는 데는 각종 예측 때 흔히 범하는 일곱 가지 함정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파버-루비니의 7대 예측 함정’이라 부른다. 커다란 투자기회를 잃게 한 것에 대한 비꼬는 용어이긴 하지만 각종 예측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가장 흔하기 범하는 것은 ‘트렌드 분석에 따른 예측 함정’이다. 현시점에서 주도적인 트렌드를 찾고 그 연장선 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이 미래까지 지속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트렌드의 영향력, 방향성, 패턴이 변화할 수 있음을 간과하는 오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미래예측을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메가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이 흐름에 부합되지 않거나 불확실해 무시했던 변수들이 현실화되면서 1~2년도 못가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미래 트렌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현재의 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춰 예측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다.

둘째, ‘심리적 편향에 따른 예측 함정’이다. 예측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독특한 심리적 편향을 유발토록 해 예측 모델을 잘못 설정하거나 자료를 편향적으로 선택하게 한다. 심리적 편향은 미래예측 과정상의 모델 구성 뿐만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예측을 잘못 해석하게 만든다. 한 마디로 미래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심리적 함정이다.

셋째, ‘고정관념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과 기존 예측 등이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미래 예측상에 새로운 정보나 변화, 방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오류다. 과거 부동산으로 손해 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넷째. ‘자기 과신의 함정’이다. 자신의 예측, 실행, 판단능력을 과신한 결과 잘못된 미래 예측에 빠지는 것으로 특히 성공한 전문가와 경영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 과신에 빠진 예측자들은 자신의 정보량을 과대평가해 새로운 정보에 소홀해지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흔히 범하는 오류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클 피시 현상’이다. 마이클 피시는 1987년 한 어부가 200년 만에 불어 닥친 초대형 허리케인 제보를 무시해 런던 기능이 파괴될 정도로 영국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끼쳤던 당시 BBC 방송의 유명한 기상 전문가다. 전문가의 말을 믿다간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섯째, ‘기억력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했던 재해나 극적인 사건을 지나치게 염두에 두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예측이 비관적, 보수적으로 편향되게 흐르는 현상이다. 2003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폭발을 본 사람들은 우주개발사업을 비관적으로 예측했으나 2008년 이후 일본, 중국, 인도 등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 위성발사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경우다.

여섯째, `신중함의 함정`이다. 예측자들이 틀릴 것을 우려하여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 결과 자신의 실제 예상보다 보수적이거나 수요자의 생각에 부응하는 예측을 내놓는 경향이 높다.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강세장에서 약세를 외치기가 힘든데 이는 예측이 빗나가면 많은 비난에 시달리며 심각한 후회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상 대세를 따라간 경우 대세 자체가 틀려도 일단 비난이 덜하고 나중에 찾아올 책임을 줄이기 위해 신념보다 대세나 중도를 따르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권사까지 포함해 40개가 넘는 국내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에 0.5%p 범위 내로 수렴되는 경우가 해당한다.

일곱 번째, `증거 확인의 함정`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자료수집과 해석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가설에 부합되는 증거들만 채택하는 성향으로 미래예측이 편향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다. 미래예측에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미래 방향성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설정하고 그 답을 찾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호 성향이 작동해 자신이 설정한 가설이 틀렸어도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끌리게 된다.

2023년 증시를 보는 눈은 비관론들이 유난히 많았다. 코로나 사태 직후 비관론자들이 7대 함정에 빠져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2023년에도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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