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로 불리던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5년간 시행됐던 정책이 크게 달라질 전망인데, 그만큼 의료·산업계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IT·바이오부 김수진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김 기자, 건강보험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죠.
<기자>
최근 정부는 그간의 건강보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연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미 가안이지만 대책안이 나왔고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건보를 개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보시죠.
[국무회의 :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앵커>
문재인 케어라고 하면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정책, 이렇게 알고 있는데 정부는 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겁니까?
<기자>
아플 때 병원에 가면 진료비를 내는데, 건강보험 보장이 되면 본인이 전부 부담하는 게 아니라 상당부분을 건강보험에서 내 줍니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만 보면 좋은 정책이죠.
하지만 의료 서비스를 과하게 이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될 수 있어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앵커>
건강보험 강화로 재정이 파탄이 났다, 그런 말까지 나왔는데요. 왜 그런거죠?
<기자>
문케어로 생긴 재정 누수 금액은 2천억 원 대인데, 건강보험 진료비 한 해 예산인 100조원 수준의 일부일 뿐이고
건보 누적 적립금도 과거와 비슷한 20조 수준임을 감안하면 재정 자체를 파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가격이 비싼 MRI(자기공명영상)이나 초음파 검사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사람들이 해당 검사를 많이 하게 된 게 사실입니다.
재정 자체보다는 구조의 문제인거죠.
MRI와 초음파 진료비만 4년 사이에 1,800억 원에서 1조 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앵커>
검사를 통해 병을 발견하고 이득을 본 사람도 있었지만, 쓸데없는 검사를 한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상의학과 의사 A씨는 "문케어 이후 쓸데없는 검사가 너무 많아졌다. 동네 병원은 급여가 되니까 무조건 찍는 상황이 나왔다. 대학병원은 검사가 늘어나면서 의료진 업무 과다는 물론, 검사가 꼭 필요한 환자가 오히려 예약이 늦게 잡히고, 판독도 빨리 안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문재인 케어 폐지로 어떤 점들이 달라질까요. 정부가 그리는 건강보험 개혁안 핵심을 고영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네 지금 말씀드릴 내용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와 관련된 공청회에서 밝힌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조만간 최종대책이 발표될 예정인 만큼 세부내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먼저 밝혀두겠습니다.
우선 초음파와 MRI 검사, 앞으로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서 두통이나 어지러움증이 있어서 병원에 갔습니다. 지금은 선행검사인 신경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도 뇌나 뇌혈관 등 최대 3개의 MRI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줬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경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야만 2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것으로 바뀝니다.
문재인 케어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예정이었던 근골격계 초음파나 MRI검사는 의료적 필요성을 신중히 따져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지난해 한 사람이 하루 대여섯 번 꼴, 1년간 2천 번 넘게 병원에 드나든 사례도 있었죠.
앞으로 하루에 두 번 이상 병원에 가게 된다면 병원비도 더 많이 부담해야합니다. 연간 365번을 넘어선 외래진료에 대해선 현재 평균 20%인 본인부담률이 90%까지 올라갑니다.
물론 중증질환처럼 의료이용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또 암이나 희귀질환 진료시 합병증까지 건강보험으로 지원해줬는데 이것도 덜 아픈, 경증인 합병증에 대해선 지원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가벼운 병은 동네병원에 가서 치료하는게 좋습니다. 병원비가 일정금액을 넘으면 넘은 만큼 돈을 돌려주는데(본인부담상한제도) 가벼운 병(105개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이런 비용은 돌려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자격도 강화합니다. 지난 2020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한 외국인이 입국하자마자 한국 사위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평소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고 출국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건보공단이 부담한 진료비가 9천만 원인데요.
앞으로 이런 외국인 피부양자나 해외 장기체류 영주권자는 국내 들어오고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뀝니다.
또 응급진료나 분만, 소아진료 심혈관질환과 같은 어려운 수술 등에 대한 의료진 보상을 강화해서 국민들이 병원을 찾아 떠돌지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시행안일 뿐이지만, 많은 게 달라지는데 의료계에선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낭비되는 재정이 현재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중환자들에게 더 가야 한다는데는 윤 대통령이 이야기한 개혁 내용과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현재 건보 제도의 전면 폐기나, 새로운 제도의 일괄 시행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응급의학과 교수인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박수현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이미 시행을 했던 급여 부분을 축소하는 부분에서 현장에서는 갑자기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면 환자분들은 굉장히 많은 민원을 제기할 수가 있고, 문제 소지를 병원에 다 제시할 수 있거든요. 단계적으로 협의를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의협 등 전문가 단체와) 협의를 하고 시행하는 부분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된다고 알고 병원에 갔는데 안된다고 하면 당황할테니, 충분한 홍보와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관련해 영향을 받는 곳이 있을까요?
<기자>
확정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혁안에 따르면 건보 비용 절감과 관련해 약가 인하 내용이 포함돼, 중소형 제약사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책안을 살펴보면 요건에 따라 복제약 등재 시 최대 22.5% 약가를 인하하는 적용기준이 확대되기 때문에 복제약 비중이 큰 중소형 제약사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MRI·초음파는 보장이 줄어들 전망인데 이쪽은 어떻습니까?
<기자>
병원의 영상 장비들은 지멘스헬스케어나 GE헬스케어, 필립스헬스케어같은 해외 업체 기기가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삼성메디슨이나 JW메디칼같은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지만, 당분간 추이는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큰 영향이 없다는 증권가 분석도 있었습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건보 지원 축소로 환자 부담금이 늘어난다고 해도 병원에서 처방은 계속 나올 수 있다"며 "주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문재인 케어 시행 초기에 치과 관련주가 수혜업종을 꼽힌 적이 있었는데, 폐지가 되면 악재가 되는 건가요?
<기자>
과거 문케어 수혜주로는 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디오, 바텍 같은 임플란트 관련주가 꼽힌 바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임플란트 부담금이 50%에서 30%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 데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이번 정부에서 건강보험이 대폭 달라질 예정이지만, 현실적으로 과거의 문케어 정책이 갑자기 모두 사라지긴 어렵습니다.
특히 임플란트와 관련한 보완 정책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기도 합니다.
추후 최종대책이 나왔을 때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 임플란트 관련주에 큰 악재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습니다.
<앵커>
달라질 건강보험 정책,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수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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