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회사 못믿겠다" 아다니發 파장에 외국인 매도세

입력 2023-02-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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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매도 업체의 보고서 이후 인도 아다니 그룹 전체가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위기에 빠지자 인도 증시 전반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아다니 그룹의 지배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 보고서로 인해 투자자들이 인도 당국의 규제 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는 지난달 24일 아다니 그룹이 주가 조작·분식회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공개 후 아다니 그룹 소속사 주가가 계속 급락하면서 현재까지 시가총액 총 1천80억달러(약 132조원)가 사라졌다. 게다가 그룹 주력사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유상증자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자 전날 돌연 유상증자를 취소했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는 보고서 공개 이후 한국시간 3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약 66% 떨어졌다.

그 결과 올해 들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주식 지수 편입 종목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10개 주식 중 8개가 아다니 계열사였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회사채 가격은 미국 시장에서 부실채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아다니 그룹 주가뿐만 아니라 아다니 그룹에 대출해준 은행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인도 최대 은행인 인디아 스테이트 은행 주가는 힌덴버그 보고서 공개 후 11% 하락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 기관 투자자들은 인도 주식 시장에서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20억달러(약 2조5천억원)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작년 3월 이후 3일간 매도 규모로는 가장 크다.

만약 아다니 그룹의 자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가로 흔들린다면, 이는 중요한 시기에 인도 경제 성장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글로벌 CIO 오피스의 게리 두건 최고경영자(CEO)는 "해외 투자자들이 인도 주식 시장에 대해 재평가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재평가에는 지배구조, 기업 투명성, 족벌주의, 부채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HSBC홀딩스와 애플 등은 중국에 대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일상 회복을 추진하는 시기에 아다니 스캔들이 터졌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유명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는 아다니 그룹 사태가 더 광범위하게 전염될 가능성을 일축하며 "인도 시장과 경제의 전반적인 생존 능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다니 그룹의 위기는 증시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인도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흔들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아다니 그룹은 수년간 인도의 필수 인프라 사업을 맡아 왔다. 아다니 광산에서 온 석탄을 운송하는 항만부터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까지 아다니 그룹은 매일 수억 명의 인도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다니 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인도 내 약 5천㎞에 달하는 도로망을 건설하고 있다. 전체 인도 항공 화물 운송량의 33%와 해운 운송량의 24%를 담당하는 인도 항만과 공항의 최대 민간 운영자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업에 700억달러(약 86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다니 그룹은 부채를 통해 확장해왔는데, 순 부채는 1조6천억 루피(약 24조원)에 달한다. 다만 2024년까지는 만기가 되는 달러 부채는 없다.

인도 정부는 현재 아다니 그룹으로 인해 인프라 건설 계획이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했다.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가까운데다 인도 경제에서 아다니 그룹의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아다니 그룹 사태의 파장은 인도 정치권까지 번졌다.

인도 정책대안센터 모한 구루스와미 소장은 "외국인 투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모디 총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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