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국가 돌며 "러시아냐, 서방이냐" 택일 압박

입력 2023-02-04 09:42  



미국 재무부 차관이 지난달 말부터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협조토록 요청하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냐 서방이냐 선택하라`는 공개적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다.

미국 재무부는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브라이언 넬슨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불법 금융과 다른 지역 이슈에 관한 협력을 계속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UAE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넬슨 차관은 UAE의 여러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미국의 제재, 특히 그 중에서도 러시아와 이란을 상대로 한 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뿌리뽑는 일"을 논의했다. 또 "제재를 회피하거나 이를 돕는 이들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도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의 전쟁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동 동맹국들의 협조를 요청해 왔으나, UAE처럼 가까운 동맹국을 상대로 이런 식의 공개적 경고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미국 뉴스채널 CNN은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넬슨 차관은 "국제 제재를 회피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UAE가 도울 경우 결과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UAE 관계자들에게 경고했다.

국제 돈세탁방지 전문가 협회(ACAMS)의 저스틴 워커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지역(전체)에 메시지를 보내고 이런 제재들의 심각성을 보여주려는 면이 크다"고 CNN에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만약 당신들이 러시아와 거래를 하겠다면, 그러면 당신들은 러시아와 거래하지만 우리와는 거래를 못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UAE는 러시아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랍 투자처가 됐다. 러시아인들이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몰려들면서 UAE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렸다.

미국은 이미 제재 회피를 이유로 UAE의 집단과 개인에게 제재를 가했다. 최근에는 이란 기업이 무인기, 인력, 관련 기기 등을 이란에서 러시아로 보내는 것을 도왔다는 이유로 UAE에 있는 항공 운송 기업 2개를 제재했다.

UAE 외무부는 입장을 묻는 CNN의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넬슨 차관이 오만의 무스카트, UAE의 아부다비, 튀르키예의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국가들과 논의할 주제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잔혹한 전쟁을 벌인 대가로 부과된 국제 제재와 수출 제한을 회피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분쇄하고, 이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이란의 활동,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에 지장을 주는 불법적 금융 위험"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특히 UAE와 튀르키예에서는 제재를 강력히 시행하겠다는 미국 재무부의 의지와 함께 "(제재 이행이) 느슨한 관할구역에서 활동하는 개인들과 기관들은 G7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G7 국가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이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고 있으나 이는 해당 권역 내에만 적용되는 `1차 제재`여서, 제3국을 거치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한 `2차 제재`를 시행할 경우, 이는 사실상 파트너들이 러시아와 서방 양측 중 한 쪽을 택일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된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면 다른 쪽과는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압박에 UAE 내부에서는 불편한 심기가 감지된다. UAE 출신의 정치학자 압둘크할렉 압둘라 전 아랍사회과학원장은 CNN에 "미국 제재는 미국 제재일 뿐이다. 유엔 제재도 아니고, 국가들이 참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를 수 있다. 우리는 190개국과 거래를 트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G7 시장 접근권 상실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우리는 미국인들을 위해서 많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협박조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의 우려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UAE가 공개 금융시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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