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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전기차 뜰수록 이 회사 몸값 뛴다…美 전력반도체 기업 '온세미(ON)' [조연 기자의 바이 아메리카]

조연 기자

입력 2023-02-24 19:13   수정 2023-02-24 19:13


    1882년 뉴욕증권거래소. 수십 개 전구에 불이 들어와 월가의 밤을 밝힙니다.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영화 `커런트 워`는 에디슨과 또 한 명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의 전류 전쟁을 그려냅니다. 에디슨의 `직류`와 테슬라의 `교류`, 이 세기의 경쟁을요.

    승자는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이었지만 사실 답은 하나가 아니었죠. 지금 기술의 발전으로 직류와 교류가 함께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요. 특히 전기차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모터의 교류로 바꿔주는 핵심, 전력 반도체 덕분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날 기업, 바로 이 반도체를 만들고 있죠.

    뉴욕 주식시장에서 조금 생소하지만 궁금한 기업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전기차 시대에 더 귀해진 아날로그 반도체, `온세미`(티커명: ON) 입니다.
    요즘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은 어디일까요? `챗GPT`로 뜨거워진 AI 반도체? 데이터센터의 필수품 고성능 메모리? 아닙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겨울은 좀 더 길어지는 반면, 반도체 수요를 블랙홀처럼 키우는 곳, 바로 차량용 반도체입니다. 전기차, 그리고 자율주행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 핵심이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차량용 반도체를 주목했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역시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꼼꼼한 IT 기업`으로의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궤도에 오르면서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과거 200개에서 최대 2000개로 폭증했으니까요. 팬데믹 이후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숏티지도 일회성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뿐이란 분석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온세미는 지난해 반도체 섹터의 부진에도 선방한 몇 안 되는 회사인데요. 글로벌 전력 반도체 시장 2위, 그리고 자율주행의 핵심부품인 이미지센서 시장 1위인 미국 반도체 기업입니다. 원래 테슬라에 납품하는 전력칩과 저가형 이미지 칩이 메인인데, 성능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나 머스크의 선택을 받았죠. 그러다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더해지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온세미가 강한 `전력 반도체`를 살펴보자면, 영어론 파워반도체로도 불리는데 전력과 전압을 알맞게 변환하는 반도체입니다. 메모리반도체가 두뇌라면, 전력 반도체는 움직임을 제어하는 `근육`과 같은거죠.

    문제는 마진율이 다른 반도체들에 비해 적어 `저부가가치` 인식이 강했는데, 기존 실리콘 웨이퍼보다 10배 전압을 견딜 수 있는 SiC(실리콘 카바이드.Silicon Carbide)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전기차용 SiC 시장은 매년 34%씩 성장, 2025년에는 지금의 2배 이상이 될 전망인데요.

    온세미는 바로 이 SiC 전력 반도체, 그리고 자율주행, ADAS의 필수인 이미지센서 사업이 커지면서 기존 20%대의 마진율을 두 배 이상(20%→49%) 끌어올렸습니다. 여기다 올 연말까지 SiC 반도체 생산량 전체가 이미 `솔드 아웃(매진)`된 상황. 올해 SiC 매출만 1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죠. 온세미 CEO인 하산 엘-쿠리는 "앞으로 3년 공급계약 전망도 이전 26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높인다"며 "올해와 내년 생산량을 두 배씩 증설할 것"이라고 밝혔죠.

    실제로 온세미는 최근 미국 뉴욕에 위치한 글로벌파운드리 팹(공장)을 무려 3년에 걸쳐 인수했는데요. "미국에서 유일하게 12인치 파워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 공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고민도 남아있습니다. 앞서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고민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역량 강화에 나섰으니까요. 점차 커지는 시장에서 어떤 플레이어가 등장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렇다면 온세미 뿌리는 단단할까? 궁금하시죠. 출발은 모토로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반도체의 뿌리, 실리콘밸리 계보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페어차일드`입니다.
    페어차일드는 미국 반도체 산업을 연 `8인의 배신자`가 세운 기업이죠. 역사상 실리콘 집적회로를 탄생시키고, 생산을 전문으로 한 첫 반도체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가 1967년에 한국에 조립공장을 열기도 했어요. 창립자 8인 중 로버트 노이슨과 고든 무어는 인텔을 설립했고, 인텔 말고도 AMD, 모토롤라, 텔레다인, 내셔널세미컨덕터, 현재까지 내려오면 엔비디아까지, 페어차일드를 모태로 파생된 기업은 무려 65개입니다. 이 정도면 페어차일드가 실리콘밸리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페어차일드는 회사의 중추였던 8인이 모두 떠나고, 신기술 개발에 뒤쳐지면서 1979년 슐럼버거에 인수됩니다. 햄버거 말고 석유개발업체 슐럼버거요. 이후 또다시 일본 후지쯔에 매각 위기를 맞았다가 무산되고, 2016년 온세미가 페어차일드를 품게 됐죠.

    온세미는 페어차일드 인수를 통해 단숨에 전력 반도체 시장 2위로 뛰어올랐고, 이 외에도 이미징 센서 회사(트루센스&앱티마), 라이다 전문업체(SensL), 그리고 SiC 반도체 핵심 소재인 탄화규소 회사(GTAT)까지 성공적 M&A를 거듭하며, 공급망 수직화를 이뤄냈습니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은 SiC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마친 기업은 온세미까지 총 4개 업체에 불과합니다.

    경쟁사로는 독일의 인피니온,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ST마이크로 등이 있습니다. SiC 웨이퍼 경쟁사로는 울프스피드가 있고요. 물론 1위 기업인 인피니온과 울프스피드의 시장 점유율이 안정적입니다만, 온세미의 장점은 차량용 이미지센서까지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센서가 들어가야만 하는데, 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강점입니다.

    2022년 매출은 전년에 비해 24% 늘어난 83억달러, 순이익은 88%가 늘어났습니다. 특히 자동차 관련 전력반도체 매출이 54% 급증했고, 이미지센서 역시 45% 증가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잉여 현금흐름인데요. 매출 급성장에 잉여현금흐름이 3배 넘게 늘어나면서 이번에 30억달러 규모 주주환원정책을 내놓는 기반이 됐습니다.

    월가에서도 테슬라와 현대기아차, 벤츠의 선택을 받은 온세미를 주목하며, 최근 투자의견을 높인 탑10 스탁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고 하죠.

    미래 모빌리티가 한층 가까워지면서 저부가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들던 회사는 또 다른 도전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테크놀로지(Technological Convergence)의 융합시대, 온세미가 새 강자로 살아남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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