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동굴에서 500일 버틴 여성 소감 "떠나기 싫다"

입력 2023-04-16 18:15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지하 50m 동굴에서 사람과의 접촉 없이 홀로 500일을 버틴 여성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페인 출신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2021년 11월 20일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지하 70m 동굴로 내려간 뒤 500일 만인 이날 지상으로 올라왔다.

플라미니는 헬멧 라이트 등 약간의 빛과 책, 종이와 연필, 뜨개질감을 제외한 그 어떤 문명과 접촉 없이 지하 동굴에서 500일간 혼자 생활했다.

플라미니의 도전은 스페인 알메리아, 그라나다, 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극도의 고립 속에 인간 신체와 정신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

연구진은 특별히 제작된 메시징 기술로 플라미니의 상태를 종종 확인했고 플라미니에게는 주기적으로 식재료가 배달됐으나 대화가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마련된 '패닉 버튼'이 있었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된 500일을 모두 채웠다. 주요 매체들은 인간이 홀로 동굴에서 보낸 최장 기록인 것으로 보이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같은 항목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동굴에서 나온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플라미니는 "나는 내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굴에서 60권에 달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는 등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플라미니는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게 비결이었다"면서 잡생각 없이 한 행위에 전념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종종 혼잣말하긴 했지만 큰 소리를 내는 법은 없었다. 65일째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을 잃었다. 그는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160∼170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내려와 이제 동굴을 떠나야 한다고 했을 때 밖에 무슨 일이 생겨 그런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파리가 몰려들었을 때를 뽑았다. 그는 "파리가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다. 내버려 뒀더니 파리가 내 온몸을 뒤덮게 됐다.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건강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화장실 문제는 지정된 장소에 용변을 버리는 것으로 처리했으나 샤워는 하지 못했다. 플라미니는 "아직도 샤워를 못 했다. 하지만 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다. 500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감자를 곁들인 치킨 요리가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긴 했지만 플라미니는 동굴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실험이 끝나고 연구팀이 그를 데리러 왔을 때 '벌써? 말도 안 돼. 아직 책을 끝내지 못했는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포기할 생각이 없었는지 질문에도 그는 "사실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500일 만에 마주하는 햇빛에 시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를 쓰고 지상으로 올라온 플라미니는 얼굴 한가득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룬다면 기분이 어떻겠냐"면서 "여러분이라면 울면서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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