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폭탄이 결국…건설사 줄도산 공포, 현실로

신동호 기자

입력 2023-04-21 19:13   수정 2023-04-21 19:25

    <앵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극심해지면서 돈 줄이 마른 건설사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중소 건설사에서 중견 건설사로 위기가 확산되며 다음 달이면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5월 위기설'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먼저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한 공사 현장입니다.

    도급 순위 133위의 중견 건설사이자 범현대가 기업으로 알려진 에이치엔아이엔씨가 짓는 지식산업센터로, 지난해 연말 분양까지 했지만 현장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입니다.

    [현장 관계자: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언제 재개될 지) 저희로선 알기 어렵고요.]

    해당 건설사가 인근에 지은 주상복합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며 어렵게 준공 승인을 받긴 했지만 하자 보수를 위한 AS 센터는 문을 닫았고, 상가의 경우 하도급 업체에 장비 대금을 주지 않아 정상적인 입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연 매출 2,800억원 이상을 올렸던 회사의 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건 경기 침체와 부동산PF 위기로 유동성이 막히면서부터입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속초에 분양했던 테라스하우스에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며 자금난을 겪었고, 수도권 다른 현장까지 멈추며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겁니다.

    문제는 이처럼 무너지는 건설사들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5곳의 종합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는데, 올해는 석 달 만에 3곳이 부도를 맞았습니다.

    실제로 폐업을 신고한 종합 건설사는 지난 20일 기준 14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급증했습니다. 전문 공사업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1,130곳으로 대폭 늘어납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시멘트 부족 등 원자재 수급난으로 공사가 멈춘 적은 있어도 건설사 도산 위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멈춘 사례는 드물었죠. 여러가지로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각하게 보고 있고요. 전체적인 건설 시장을.]

    때문에 일각에선 다음 달 건설사 줄도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5월 위기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앵커>

    범현대가의 건설사까지 휘청되는 모습을 보니 상황이 심각해보입니다. 우선 이렇게 건설사들이 폐업하는 이유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크게 두가지 원인으로 꼽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자금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난 점이 가장 크구요,

    두번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겹친 데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미분양을 살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최신 집계 기준이 2월말 자료인데요,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8만호에 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 사이 계속 증가한 겁니다.

    이는 과거 20년 평균인 6만7천가구를 상회한 수준인데요,

    미분양 주택 증가에서 시작된 부동산 경기 위축은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문을 닫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문제는 지방 건설사들의 폐업이 두드러진다는거죠?

    <기자>

    네. 폐업 건설사는 주로 충남·충북·부산·전북 등 지방에 쏠려있습니다.

    앞서 전국 미분양 8만가구 가운데 수도권이 1만2541가구, 지방 6만2897가구로 지방에서 미분양 우려가 더 큰 상황입니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서울 지역 부동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지방의 미분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최근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4대 1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았는데, 전국 평균인 6대 1의 10배에 달했습니다.

    서울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은 경상남도의 경우 27대 1로 절반 수준입니다.

    이외에 충청남도(0.48대1), 대구(0.02대1), 제주도(0.2대 1)은 소수점대 경쟁률을 보여 극도로 침체되는 등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건설사들의 도산이 지방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과거에 전국을 호령했다가 부도가 났던 건설업체인 청구와 우방 등도 대구 지역 건설사였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전국 폐업한 종합건설사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 건설사들이 많았습니다.

    전국 143곳의 폐업한 건설사 가운데 대구와 경북 지역 건설사가 10곳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대구와 경북지역이 문제가 된 것은 미분양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 8만여가구 가운데 대구(1만3987가구)와 경북(9074가구)이 차지하는 비중은 30.6%에 달했는데요.

    올해 대구의 입주 예정 물량도 3만6059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앵커>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안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건설사들의 도산도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기자>

    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에서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내용이 다소 어려워서 쉽게 정리해봤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된 미분양 물량이 투자자들의 원리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 건설사와 금융사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는건데요,

    결국 예정된 사업장 시공이 무산되면 건설사 뿐 아니라 금융사도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대구와 경북 등 미분양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분양 대금으로 유동성이 공급되고 PF 대출 상환으로 이어지는데요,

    미분양·미입주가 계속 늘어날 경우 우발 채무 발생에 따른 건설사 연쇄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지금은 중소건설사 부도가 이슈에 올랐지만 줄도산이 이어진다면 이와 관련된 하도급 업체들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지난해 건설사 하도급 업체들 부도업체 수는 한자릿수였지만 올해는 두자릿수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지역 경제를 고려해 미분양을 방치하지 말고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아무리 정부라도 무작정 사들일 수 없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건설업계는 미분양을 방치하면 건설업체들이 줄도산하게 되고 결국 금융분야로 파장을 미쳐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의 미분양에 대해 아직은 개입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미분양 주택증가와 관련해 "미분양 분량 10만호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불황 국면에서 자금을 투입해 주택을 사들이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우려하고 있는데요,

    건설사들이 먼저 자구책을 마련하고 정부가 규제 해제, 인허가 조정, 분양가 심의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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