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는 방탄복' 알고도 107억원어치 산 공공기관

입력 2023-05-18 16:08   수정 2023-05-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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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107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성능 미달 방탄복 5만여벌을 구매 계약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군수업체 A사로부터 방탄복 총 5만6천280벌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총 107억7천800만원 규모의 계약이었다.

A사는 해당 방탄복을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다. 그러나 후면 변형을 측정하는 상단과 하단 좌·우측에만 방탄 소재를 56겹으로 박음질했다.

사격 시험시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대는 방식으로 방탄 성능이 고루 적용되지 않는, 시험 통과를 위한 방탄복을 제작한 것이다.


방탄복 안쪽에서 발생하는 변형량이 후면 변형량이다. 총탄에 맞을 경우 장 파열 등 장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성능을 시험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후면 변형량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사망 확률도 증가하게 된다.

품질 보증 업무를 하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방탄 소재를 덧댄 사실을 인지하고도 A사가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국기연이 '덧댄 방탄복'을 시험기관에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험기관은 규정대로 덧댄 부분에 사격해 방탄 성능 기준이 충족됐다고 판정했다.

국기연은 심지어 제작 승인 3개월 뒤에 A사가 성능을 조작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방탄 성능을 충족한다고 재판정했다. 중앙 부위를 제외하고 덧댄 부위의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 덧대지 않은 부분까지 별도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일부 방탄복이 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성능미달 방탄복은 대체 납품 등 조치를 하고, A사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국기연 소장에게는 "방탄 성능이 미달하는 방탄복을 품질 보증하는 등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해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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