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내려도 옥시덴탈 더 산다…버핏의 이유있는 베팅 [Go West]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6-01 18:54   수정 2023-06-0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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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부채한도 상향 '청신호'
    에너지주 늘린 워런 버핏
    최고 부자 탈환한 머스크
    <앵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할 움직임들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고 웨스트(Go West) 순서입니다.

    간밤 미국 뉴욕 증시 흐름을 약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미국 의회에 표결을 앞뒀던 부채한도 결의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분위기는 다를 것 같습니다. 미국 공화당이 하원에서 막고 있던, 부채한도 협상안이 통과됐죠.

    <기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고민거리 하나를 해결했습니다. 결과 영상 잠시 보고 이어가겠습니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의원 : 찬성 314표, 반대 117표로 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이의 없으시면 재의요구안을 상정합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 전해진 소식입니다. 미국 하원에서 미 연방정부의 부채상한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오늘 밤까지만해도 '설마'하는 불안감으로 시장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용도의 나라, 미국의 디폴트 우려를 확실히 덜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수요일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련한 합의안은 하원 표결에서 찬성 314표, 반대 117표 큰 차이로 통과됐습니다.

    공화당이 사실상 쥐고 있는 하원을 넘어서면서 31조 4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부채 상한을 높이기 위한 법안은 큰 고비를 넘게 됐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오는 5일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면서 법안을 넘겨받은 상원도 지체없이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앵커>
    시장의 불확실성 하나는 사라졌습니다만, 경기침체 징후는 어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지표 중에 국제유가가 또 하락했습니다.

    <기자>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7월 인도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어제 1.97% 또 하락하면서 이틀 만에 약 6%, 한 달간 11.3%나 빠졌습니다.

    어제 전해드린대로 중동에서 사우디 다음가는 영향력의 이란산 원유가 다시 풀려 공급은 늘어날 조짐인데 반해, 이를 가장 많이 소비하던 나라 중국의 경제 지표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49.7)보다 낮았는데, 벌써 두 달째 기준선인 50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산유국들은 소비가 부진하니 감산을 바라는 모양새인데, 이달 산유국 회의서 추가 감산 조치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모양이죠?

    <기자>
    우리 시각으로 이번 주말이죠, 현지시간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산유국 모임인 OPEC+ 회의가 열립니다.

    그런데 실질적 좌장인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막으려 감산 가능성을 미리 내비쳤는데, 정작 골드만삭스, HSBC 등 월가 투자은행들은 OPEC+가 4일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추가 감산하지 못할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밀월 관계였던 러시아와 감산을 두고 삐걱대는 상황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뒤로 사우디 반응은 한층 예민해졌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예 현장에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기자 출입도 제한할 정도입니다.

    사우디는 올해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유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에 경고를 내기도 했죠. 이 상태라면 석유 생산으로 얻은 수익으로 자국 핵심 투자기관인 사우디 국부펀드에 배당할 자금이 전년대비 30% 가까이 줄어들 위기에 있습니다.

    <앵커>
    국제유가는 이렇게 부진하고 경기둔화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습니다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또 역발상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경영권 인수는 안 한다면서도 지분은 대폭 늘렸어요. 어찌된 일입니까?

    <기자>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옥시덴탈로부터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구조를 미리 확보해뒀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사업구조를 가진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워런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옥시덴탈을 첫 매입한 건 지난해 2월 14%,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지난달 까지 24.9%를 기록 중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주가 하락에 저가매수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버핏은 옥시덴탈이 2019년 아나다코를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로 도와준 보상으로 100억 달러 규모 우선주, 보통주 8,390만 주를 주당 59.62달러 사들일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주 배당수익률만 연 8%를 미리 확보해뒀기 때문에 현재 주가 수준에서 손해볼 위치가 아닌 겁니다.

    옥시덴탈도 유가 하락으로 1분기 매출은 42%, 순익은 48%나 줄었지만, 배당은 38%나 올렸습니다. 자연스레 버핏이 보유한 보통주 배당수익률은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 거죠.

    버핏이 믿는 구석이 또 있는데, 바로 옥시덴탈이 향후 탄소배출 규제로 인한 원유 생산 축소 등 매출 타격을 막기 위해 대규모 '탄소포집장치' 건설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홀럽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석유 회사들이 세계에서 마지막 생산자가 되려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많이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비닐, 플라스틱, 각종 생활용품 생산에 쓰일 원재료를 공급하는 시장을 잠식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인베스코 등 분석에서 10년에 걸쳐 자본을 얼마나 투입할지, 수익화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 유가 변동에 따라 여전히 단기적인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버핏이 이미 수익을 미리 확보해뒀다는 점에서 여느 투자자를 압도한다고 밖에 표현하기 어렵겠습니다.

    마지막 준비해온 소식도 짧게 볼까요? 버핏은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자산을 불리는 중인데, 자동으로 세계 최대 부자가 된 인물도 있죠?

    <기자>
    네, 일론 머스크 입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과 어제까지 1900억 달러, 30억 달러 차이였는데 순위가 뒤집혔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요즘 꽤 선방하면서 주당 200달러선을 다시 넘보고 있는데, 루이비통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아르노 회장의 재산은 1870억 달러(247조 원), 머스크 자산은 1920억 달러(253조 원)으로 순위를 역전시켰습니다.

    현인 워런 버핏은 148조원으로 7위, 인공지능 열풍에 반사이익을 받고 있는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이 156조원으로 5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죠.

    고 웨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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