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수’ 옥분 만나 스크린 접수한 고민시 “‘갈매기 눈썹+은갈치색 한복’ 외적인 모습이 가장 큰 도전”

입력 2023-07-31 07:00  



배우 고민시의 파격 변신이다.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드라마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을 비롯, 영화 ‘마녀’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며 이 순간 가장 뜨거운 대세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고민시가 영화 ‘밀수’를 통해 또 다른 매력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 시켰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영화 ‘베테랑’, '엑시트', '모가디슈'로 흥행사를 이어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고민시는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김종수, 박정민 등과 호흡을 맞췄다.

“시나리오부터 이미 모든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게다가 70년대 바다에서 류승완 감독님의 액션 활극이 펼쳐진다고 하니까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어요. 내가 투입됐을 때 적당히 밸런스가 맞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출연이 성사되고 감독님께 왜 나를 옥분이 캐릭터로 생각했냐고 물어봤는데, 감독님이 ‘마녀’ 때부터 너무 좋아했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극장에서 ‘마녀’를 봤을 때 내가 계란을 먹고 최우식에게 욕하는 장면을 보면서 엄청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마녀' 속 연기를 잘 보시고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현장에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큰 축복이었어요. ‘밀수’를 촬영하는 동안 에너지가 넘쳤던 순간이 가득했고, 감독님은 물론 가족 같은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마녀’에서 큰 스크린에 제 얼굴이 나왔던 순간부터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봉오동전투’, ‘헤어질 결심’도 작은 역할이지만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영화에 참여해서 한 컷이라도 나오는 게 너무 좋거든요. ‘밀수’도 시사회 때 보곤 ‘내가 이래서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감독님이 옥분이를 잘 만들어주셨구나’ 생각했어요. ‘밀수’는 저한테 한여름의 꿈 같은 추억이 담겨 있는 영화예요. 한 장면이 나오면 그때 있었던 일이 다 떠오르더라고요. ‘밀수’를 촬영하던 여름은 저에게 정말 뜨거웠어요.”

고민시는 ‘밀수’에서 해녀들과 밀수꾼들을 오가며 정보통이 되는 고옥분으로 분했다. 다방 막내로 시작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 정보를 꿰뚫으며 춘자(김혜수 분)와 진숙(염정아 분)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

“캐릭터를 처음 받았을 때 나이대가 상상이 안 갔어요. 마담이라는 위치까지 올라갔다면 나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성숙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근데 감독님이 ‘그때는 어린 나이부터 다방에서 일해서 마담으로 가는 시대였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밀수’의 옥분은 그간 보여준 연기와 또 달랐다. 비주얼부터 화려하다. 그 시절 여성들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갈매기 눈썹으로 변신한 것은 물론, 형형색색의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까지 완벽하게 1970년대 패션을 표현해냈다.

“감독님이 사진 보여주시면서 ‘갈매기 눈썹은 무조건 해야 돼, 할 수 있어요?’라고 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분장을 받고 거울을 봤는데 저도 멍하니 거울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죠. 구레나룻도 붙였는데, 비주얼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비주얼이 너무 충격적이라 관객들 집중이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기뻐하셨어요. 실제로 눈썹을 밀었다. 다 밀지는 않고, 컨실러도 사용해서 연출했어요.”

고민시는 다방 막내 시절에는 당시 유행하는 감성을 살렸다면, 다방 사장이 된 후 하얀 한복을 입고 우아한 매력으로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와 동시에 더욱 거침없어지고 당당해진 모습으로 캐릭터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홀린다.

“감독님이 광택이 나는 은갈치 색깔의 한복을 주문했어요. 제가 피팅한 걸 보시고 박수를 치면서 기뻐하셨고, ‘그래 이거야, 이걸로 가자’고 하셨어요. 참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옥분의 외적인 모습이 제일 충격적이어서 저 자신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도 현장에서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이 분장이 저의 자신감이 되더라고요. 분장이 잘 되어 있으면 더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외적인 모습이 저의 가장 큰 도전이었던 거 같아요.”

여기에 고민시의 차진 연기력이 더해지니 완벽한 옥분이 탄생했다. 맛깔나는 유머부터 천연덕스러운 표정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한다. 그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야무진 활약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옥분은 단순한 정보통을 넘어 실질적인 일을 수행하며 사건의 중심에 선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고 환기를 시켜주는 캐릭터는 진짜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예요. ‘블랙홀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긴장도 많이 하고 위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는 당당한 척했죠.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옥분이가 나올 수 있었어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니 최대한 여러 버전을 생각하고 가요. 생각지 못한 디렉팅을 주시다 보니 몸을 릴랙스해서 할 수 있게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하다 보면 빠르게 되더라고요. 옥분이 마담이 됐을 때 치맛자락을 흩날리면서 거울을 보고 치아를 보는 장면이 있거든요. 감독님이 ‘치아에 고춧가루가 꼈는지 안 꼈는지 추접스럽게 보는 걸 해볼까’라면서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열심히 했더니 감독님이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 외에도 강조했던 건 추접스럽고 상스러운 것이었어요. 그런 표현 자체가 100%, 150%로 다가오더라고요. 현장에서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지 선배님들도 다 행복해하시니까 순간순간 반응을 보면서 즐겁게 연기했어요.”



배우 생활 7년 동안 탄탄하게 쌓은 연기 내공은 ‘밀수’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걸출한 선배들을 옆에 두고도 반짝거린 건 고민시가 그 틈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단 걸 보여준다. 그녀는 김혜수, 염정아와의 호흡에서도 찰진 티키타카를 선사한다. 김혜수, 염정아와 함께 3인 3색 케미를 완성, 척하면 척인 호흡으로 극에 재미를 더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고민시가 진정한 치트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춘자와 진숙, 그리고 옥분의 케미가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현장 외에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다 보니까 여러 조언을 듣고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해서인 거 같아요. ‘밀수’ 출연의 가장 큰 선물은 ‘밀수’ 팀이에요. 너무 좋고 행복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밀수'의 첫 촬영이에요. 김혜수, 염정아 선배와 함께 금고 여는 장면이었는데 영화상으로는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이었어요. 첫 촬영인데도 혜수, 정아 선배가 너무 많은 칭찬을 해줬어요. 단지 금고를 열고 쳐다보는 신인데 선배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칭찬을 해줬죠. 우리 셋이 앵글에 함께 들어 있는 장면만으로도 다들 마음에 들어 했어요. 첫 촬영부터 내적으로 깊어진 느낌이었어요. 혜수 선배와는 분장차에서 처음 인사를 했어요. 전에 리딩 현장에서 뵙긴 했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게 첫 촬영 분장차였어요. 혜수 선배는 나에게 '마녀' 때부터 잘 봐서 메모장에 내 이름을 써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컥하기도 했어요. 사실 '밀수'라는 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설렘도 있지만 긴장되고 위축된 것도 있었어요. '이 선배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블랙홀만 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혜수 선배가 손을 잡고 따뜻한 말을 해줘서 너무 힘이 됐고 지금도 그 기억을 못 잊고 있어요. 마치 장을 열심히 봐서 냉장고를 꽉 채운 느낌이었어요. 정아 선배는 평상시 내가 봤던 모습과 완전 다른 스타일이더라고요. 혜수 선배는 나긋나긋하고 사근사근하신데 정아 선배는 반대로 정말 리더처럼 멋지고 카리스마가 있어요. 그리고 혜수 선배도 그렇지만 정아 선배도 항상 볼 때마다 선물을 챙겨줬어요. 화장품이나 먹을 것을 '민시야 이거 한번 써봐'라며 무심하게 주시고 가셨어요. 그래서 정아 선배 옆에 있으면 너무 편했어요. 정아 선배의 걸크러시 부분이 너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였어요. 또 정아 선배가 정말 재미있어요. 정아 선배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시는데 촬영이 끝나고 정아 선배 방에 가서 (박)경혜 언니랑 셋이 와인을 마시면서 혜수 선배의 전작을 같이 보기도 했어요.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빼곡하게 있어요. 혜수 선배와 정아 선배는 이미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려와 걱정을 생각나지 않게 할 정도로 나를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준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느껴졌어요.”

반면 박정민(장도리 역)과는 러브라인인 듯 아닌 듯 애매한 관계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만든다.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를 토대로 상대에 따라 변주를 주는 능력이 능청스러우면서 꽤 자연스럽다.

“(박)정민 오빠는 감독님의 디렉팅 흡수도 굉장히 빨라요. 조용하고, 수줍어 하시면서도 그렇게 연기를 하시니 정말 연기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오빠는 말씀을 거의 안하세요. 내성적이시고, 조용하세요. 그게 오빠의 매력 중 하나죠. 제 최애 캐릭터가 장도리인데, 그렇게 장도리를 잘 하시고 컷하면 얌전히 앉아 계시는 게 너무 극과 극이에요.”

인터뷰 내내 고민시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연기자로써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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