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과 다음 달에 다시 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체 물가의 상승 폭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휘발유·경유 가격이 국제 유가 상승에 강세를 보인 결과다.
정부는 다만 10월부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 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2월 4.8%, 4월 3.7%, 6월 2.7%로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에는 2.3%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최근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의 급등이 꼽힌다. 한 달 전에 1천5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최근 1천700원대로, 경유 가격은 1천400원 내외에서 1천600원대로 치솟았다.
휘발유·경유 가격은 그간 물가 상승 폭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물가 상승률이 6.3%까지 오른 작년 7월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2%포인트(p)였다. 물가 상승분의 5분의 1은 휘발유·경유 가격의 상승으로 설명이 된다는 의미다.
당시 휘발유 물가는 1년 전보다 25.5%, 경유는 47.0% 각각 급등했다.
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내려간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4%p였다. 휘발유가 1년 전보다 22.8%, 경유가 33.4% 각각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1%p 넘게 끌어내린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일평균 1천710.1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천559.7원으로 17.9%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내림세가 이어졌지만, 하락률이 20%가 넘었던 지난달에 비해 그 폭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휘발유(-5.3%)·경유(-17.9%) 가격의 하락률,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휘발유의 가중치(20.8/1000)와 경유 가중치(13.0/1000)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이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47%p가 된다. 지난달과 비교해 약 0.9%포인트 차이가 난다.
휘발유·경유만으로도 물가 상승률이 1%p 가까이 올라갈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제 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추세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수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6월 배럴당 70달러대 중반이었으나, 7월부터 빠르게 상승해 최근 80달러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와 추석 성수품 수요 등과 맞물려 물가 상승률은 다음 달까지 3%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는 10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분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스·수도의 물가 기여도가 9월 0.48%포인트에서 10월 0.77%포인트로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5.6%에서 10월 5.7%로 확대된 바 있다.
추석이 지난 뒤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한 요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물가 상승률이) 8·9월에는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10월 이후로 다시 2%로 돌아와 평균 2%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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