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한 마디에…해외수주도 '중동 쇼크' 우려

방서후 기자

입력 2023-10-17 13:11   수정 2023-10-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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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또 다시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건설사들의 주 무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편에 서면서 제 2의 중동붐이 물거품이 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 건설업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투자자들의 불안과 달리 중동 지역에 진출한 회사들은 비교적 담담하게 지켜보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전쟁이 진행 중인 곳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고, 우리 건설사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사우디나 이라크 같은 주변 국가거든요.

    따라서 당장 사업에 제동이 걸리거나 현장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며 주가가 크게 들썩였던 기업 중 하나가 바로 건설사업관리, PM이라고 하죠. 그 P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입니다.

    내년까지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해서 사업 관리나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 용역을 맡았고,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는 아직까지 피해가 없고, 우려할 만한 부정적인 상황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앵커>

    그렇지만 바로 그 네옴시티 돈줄을 쥐고 있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수주 규모만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우리 건설사들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일감을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번 전쟁의 영향이 아예 없을 것 같진 않거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필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각종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 살만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나선 거죠.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틀어지면 최근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의 자금을 동결했듯, 사우디에 대해서도 일종의 금수 조치를 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는 안보 동맹으로 묶여 있고, 사우디에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긴 합니다.

    현재 한미글로벌 외에도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함께 네옴시티의 '더라인' 지하터널 첫 구간 사업을 수주해 현재 건설 중이고, 추가 수주를 계획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현대건설이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단지 공사도 수주했는데, 계약 규모만 약 6조5천억원으로 한국 기업이 역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 2015년(345억 달러) 이후 최대치인 23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조7천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우리 기업들은 터널과 가스전을 비롯해 총 5조원 이상의 수주를 넘보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가 주변국으로 번지지 않고 국지적인 충돌로 그친다면 우리 기업들의 주 무대인 중동 사업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 지, 인접 국가로 영향이 확대될 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정리하면 당장 타격은 없지만 예의주시할 정도는 된다는 건데.

    결국 증시에서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은 커진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로 현재까지는 타격이 없었지만 앞으로 중동 지역을 포함한 신규 사업 발주가 지연될 가능성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몇몇 프로젝트는 발주와 입찰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잿값 폭등과 고금리, 유가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며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 대신 해외 수주로 눈을 돌렸는데요.

    확전될 경우 올해 정부가 목표한 해외 수주 35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럼 해외만 이렇게 어려워지느냐. 건설사들이 집을 팔아도 남는 게 없던 국내는 더 암울해질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쟁 장기화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선 하마스 배후로 지목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글로벌 원유 공급량 20%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도 봤는데요.

    이렇게 유가가 오르면 건설업체들의 자재 운송비에도 영향을 줍니다.

    시멘트만 해도 많게는 40% 정도가 육상 운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운반비가 오르면 당연히 공사비에 반영될 것이고, 분양가에 반영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원가 부담도 높아져서 비싸게는 파는데 남는 건 없고, 그러면 건설사들은 또 집을 안 짓겠죠.

    가뜩이나 줄어든 착공 물량이 더 줄어들어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곧 3분기 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잖아요? 어떻습니까 건설사들.

    <기자>

    한 마디로 힘듭니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이로 인한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상장 건설사들 대부분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 4개 건설사 중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하는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 주택사업 비중을 50%대로 끌어 내리면서 그나마 방어를 한 것이고,

    다른 건설사들, 특히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주택사업 비중이 60%를 넘어서면서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각각 15%, 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 3분기 실적도 해외 보다는 국내 사업 부진에 의한 결과라는 거죠.

    앞으로 국제 정세에 따라 해외 실적까지 고꾸라진다면 당분간 건설사들의 실적을 논할 때 '바닥'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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