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정신병자 같다"고 막말을 하거나 인사만 해도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고 다그친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44)씨는 지난해 3∼6월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은채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하며 아동들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학생에게도, 수업 중 질문을 하기 위해 나오는 학생에게도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또 학생들에게 "정신병자 같다"거나 "야동 봤던 애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는가 하면, 상담실로 학생을 불러 "엄마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매일매일 막 얘기하면 어떡하느냐"고 혼을 내 학생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A씨는 법정에서 "강압적 수단 없이 말로 훈계했을 뿐이므로 아이들이 불쾌할 수는 있으나 정서적 학대를 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교사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말라"고 말한 행위는 자신의 고통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이해하도록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아 정당한 훈육 범위와 수단, 방식을 벗어난 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을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여전히 피해 아동들의 행위만을 탓하며 자신의 행위가 마치 정당한 훈육인 것처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훈육의 목적도 있었다고 보이는 사정과 학대의 정도가 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내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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