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의 해'…고민 깊어지는 연준

입력 2024-02-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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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시점을 놓고 고심하는 연준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에 끌려 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연준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연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물가를 자극할 위험성을 무릅쓰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급한 금리인하는 부작용을 부르지만, 당장 고금리에 시달렸던 유권자들의 환영을 받는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서는 연준이 필요 이상으로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의원은 최근 연준을 향해 고금리 탓에 내 집 장만이 힘들어졌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의원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 같은 여야 정치권의 압력에 대해 연준은 금리 결정에 경제적인 판단 외에 다른 요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준 위원들은 모두 자기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외에 정무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연준은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는 선을 그었지만, 올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한 상태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금리예상치(중간값)는 4.6%다. 현재 기준 금리가 5.25~5.50%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안에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다만 현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해에 연준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에 나선 경우는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에 나섰던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연준은 공격적인 국채 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나섰던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라는 이유로 금리를 인하하고 채권을 매입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포토맥리버 캐피털의 마크 스핀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고려한다면 이번 대선은 파월 의장에게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며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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