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면서 기부 참여...극장가 새 트렌드

입력 2024-02-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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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밤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상영이 끝나자 스크린에는 QR코드가 떴다. 약 200개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고 QR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이 코드의 링크를 누르면 다른 사람을 위해 이 영화의 티켓 비용을 기부할 수 있는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한 사람당 티켓 10장의 요금인 15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영화를 무료로 보고 싶은 사람은 이 홈페이지에서 코드를 내려받아 예매하면 된다.

아동 인신매매·성매매의 실상을 다룬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페이 잇 포워드'라 불리는 이런 기부 방식을 통해 지난해 미국에서 흥행을 거뒀다. 영화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공감한 관객이 기부에 동참하면서 제작비의 10배가 훌쩍 넘는 2억5천만달러(3천33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날 영화를 본 직장인 이솜(34)씨는 "나도 다른 사람이 기부해준 티켓으로 영화를 공짜로 봤다"며 "그렇게나 많은 아이가 범죄에 노출됐다는 걸 전혀 몰라서 큰 충격을 받았다. 더 많은 관객이 나처럼 영화를 보고 실상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티켓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최근 극장가에서 영화를 통해 기부하는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얼마전 개봉한 한국 영화 '도그데이즈'는 CGV와 협력해 '유기견 기부 상영회'를 선보이고 있다. 상영회에서 발생한 수익 중 일정 금액을 기부금으로 적립해 동물자유연대의 유기견 센터에 전달한다.

개를 소재로 만든 영화 '도그데이즈'인 만큼, 영화의 내용이나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용산구에 사는 주부 오모(65)씨도 설 연휴 기부 상영회로 '도그데이즈'를 관람했다. 그는 "강아지를 키운 지 20년이 넘었고 유기견·길고양이 보호센터에 봉사를 나간 지 5년 정도 됐다"며 "기부되는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일반 상영회 대신 기부 상영회로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배급사 CJ ENM은 목표 금액인 1천만원을 달성할 때까지 기부 상영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가수 임영웅은 영화 '소풍' OST(원본 사운드트랙)로 들어간 자신의 곡 '모래알갱이' 음원 수익금을 부산연탄은행에 전액 기부했다. 부산연탄은행이 '소풍' 제작사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연 독거노인 초청 시사회를 후원하면서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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