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5'를 포함한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에 이어 20일부터 병원 근무를 멈출 계획이다.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기준)에서 전공의는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며,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기 때문에 전공의 부재시 '의료대란'이 불가피하다. 한 대학병원은 이번 주 예정된 수술 일정의 약 50%를 취소했다.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수술을 1달 뒤로 연기할 수 있느냐'는 등 안내 전화를 받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전임의 인력도 있지만, 위급한 수술 등에 배치될 예정이라 우선순위가 뒤인 수술·진료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늘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예정된 집단 사직과 휴진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며, 오늘 현장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료유지명령은 현재 하고 있는 진료를 유지하라는 명령, 업무개시명령은 업무를 휴진하거나 개시하지 않을 때 이것을 다시 개시하라는 명령으로 각각 의료법 제59조 1항과 2항에 따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집단행동이 본격화되면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하고,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고, 공보의·군의관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병원 공휴일 진료 실시에 비대면도 고려"
비상진료 체계가 가동되면 정부는 ▲소방청과 협력해 환자 이송 ▲중앙 응급상황실 확대 운영, 광역 응급상황실 4개소 조기 가동 조치 ▲경증·비응급환자 대형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전원 지원 ▲114개 공공병원 평일 진료시간 확대, 주말·공휴일 진료 실시 ▲12개 국군병원 응급실 일반인 이용 지원 ▲유선·온라인·재난문자 등 활용으로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 실시간 안내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한도 사실상 없어질 전망이다. 집단행동이 장기화됐을 때, 의료 공백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집단행동이 얼마나 확산되는지 보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의원급에서 허용하고 있는 것들을 의료기관 관계없이, 재진뿐만 아니라 초진까지도 포함해서, 환자에 관계없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 진료를 활용해도, 약 배송은 허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일부 대학병원의 수술 스케줄 연기와 관련해, 정부는 '(수술이) 아주 급하거나 큰 차질을 빚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보통은 아주 급하지 않은 수술이었다"며 "큰 병원은 중증이나 응급 수술 위주로 기능을 하도록 재편하고, 경증은 연계되는 병원(공공병원 등)이나 2차 병원 쪽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생 '집단 휴학'…의대협 성명서 발표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일부 의과대학 학생들은 집단 휴학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첫 번째로 집단 휴학계를 냈던 원광대 의대생들은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20일 전국에서 휴학 신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늘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2,000명이란 수치는 지난 1월 9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2025학년도 입학에 반영할 증원 규모로 제안하였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전국의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고 밝혔다.
의대협이 밝힌 15~16일 전국 의과대학생 대상 설문조사(90% 이상이 응답)에 따르면, 응답자 90% 이상이 휴학에 찬성했다. 설문조사 문구와 정확한 투표율·찬성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의대협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앞서 기존에 배출된 필수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증원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연합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