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 잡는 인증규제 '대수술'...연 1,500억 비용 부담 줄인다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2-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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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개 인증규제 원점 재검토…189개 폐지·통합 등 개선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조실 규제혁신추진단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마련한 인증규제 정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257개에 달하는 법정 인증 규제를 원점에서 재정비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천연·유기농 화장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국제 인증과 중복되는 국내 인증 절차가 폐지되고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설계할 땐 '제로에너지 빌딩' 통합 인증만 받아도 된다.

또 기업 스스로 기술을 인증하고 책임지는 '자기적합성선언'도 도입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인증 규제 정비 방안'을 논의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인증제도가 안전·의료·보건 등으로 한정해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257개의 법정인증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93개, 유럽연합은 40개, 중국은 18개, 일본은 14개 등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인증을 받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정부는 기업 부담이 큰 법정 인증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제인증과 중복되거나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24개 인증은 폐지하고, 유사·중복 인증은 8개로 통합, 66개 인증은 절차를 개선한다.


예를 들어 국내 천연·유기농 화장품 제조 수출 업체가 받아야 하는 국내 인증을 폐지하기로 했다.

천연 화장품 분야에서는 이미 유럽의 '코스모스(COSMOS)' 인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국내 인증은 기업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2015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인증 사례가 없었던 차(茶) 품질 인증과 규제 범위가 불명확한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 인증 등도 폐지한다.

인증 대상과 시험 항목, 절차 등이 유사한 인증 제도는 8개로 통합해 운영한다.

가령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설계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을 따로 받지 않고 통합 인증만 취득하면 된다.


이외 66개 인증 제도는 인증 비용을 낮추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특히 정보보호관리체계(IMS) 인증은 대상 기업을 연 매출 100억원 이상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대폭 축소하고, 간이 심사를 도입해 인증 기간을 단축한다.

현재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쇼핑몰은 매번 1억∼2억원의 비용을 들여 정기적으로 IMS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러한 비용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혼선을 유발하는 유사 인증 91개는 아예 법정 인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가 인증하는 '수산 식품 명인'이나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앞으로 인증 제도가 아닌 지정 제도로 전환해 운영한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인증 제도 자체가 14개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 규제는 257개로 10년 전부터 100개 정도 늘었다"며 "잘못된 운영은 바로잡고, 남아 있는 제도는 진짜 소비자와 업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해보겠다는 게 이번 발표 내용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1,527억원 규모의 기업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 중 대부분은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므로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부는 우선 시행령 이하 단계에서 개선할 수 있는 73개 규제 개선 작업을 즉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기업이 스스로 기술을 인증하고 안전성을 책임지는 자기적합성선언(DoC)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기적합성선언은 기업이 직접 인증 기준을 확인하거나 시험기관의 확인을 받아 스스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신 정부는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인증 품질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무조정실은 이같은 인증 정비 추진 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점검 결과를 정부 업무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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