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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었다는데...내 월급 어디갔나요?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3-01 08:00  



직장인들은 "월급을 받아도 항상 쓸 돈이 부족하다"고 늘 입버릇 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더 심해졌다는 푸념이 많은데요.

실제 통계를 확인해보니 "지갑 열기가 망설여졌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 물가 치솟을 때 월급 '찔끔 인상'…실질임금 2년 연속 '뒷걸음질'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근로자 1인당 지난해 명목임금은 396만6천원으로, 전년(386만9천원) 보다 2.5% 올랐습니다.

그러나 명목임금에 물가 수준을 반영한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4천원으로 전년(359만2천원)보다 1.1%(3만8천원) 줄었습니다.

실질임금은 근로자들이 받는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100을 곱한 값으로 임금의 실질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도 실질임금은 0.2% 소폭 줄어 통계 기준이 변경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바 있는데요.

지난해도 실질임금이 후퇴하면서 역시 사상 첫 2년 연속 감소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실질임금이 2년 연속 뒷걸음질친 건 '고물가' 여파가 컸습니다.

2022년 소비자물가는 5.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지난해엔 3.6%로 전년보다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대의 고물가가 계속됐습니다.

반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임금이 정체됐던 2020년엔 저물가 영향으로 실질임금은 늘었었죠.

특히 지난해엔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9%를 기록해 4%에 육박했는데요.

공공요금 인상에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0%나 뛰고, 농산물 가격은 6%, 외식이 포함되는 개인서비스 물가도 4.8%나 올랐습니다.

임금이 올랐다해도 생필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다보니 근로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임금 수준은 낮아질 수 밖에 없었던 거죠.

● 실질 근로소득 5분기만에 '마이너스'…대기업까지 줄어

또 다른 통계 지표를 볼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천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03만3천원)보다 3.9% 늘었습니다.

소득 항목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316만7천원)도 같은 기간 1.5% 증가했는데요.

하지만 물가를 반영해보니 역시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며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직장인들이 "요즘 더 지갑사정이 안좋아졌다"고 말하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2022년보다 물가상승률이 한풀 꺾였는데도 실질임금 감소폭은 5배 이상 더 컸기 때문입니다.

임금 상승률이 더 둔화한 탓인데요. 물가는 '껑충' 뛰었는데, 월급은 '찔끔' 오른 탓에 체감 임금이 더 줄어든 겁니다.

특히 지난해엔 300인 이상 대기업도 실질임금 마이너스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전체 실질임금이 처음 줄었을 때도 대기업은 1.0% 올랐지만 지난해엔 1.1% 줄었습니다.

고물가 충격은 중소기업에 더 가혹하게 다가왔습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실질임금은 2022년 0.7%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엔 1.4%나 감소했습니다.




● 더 얇아진 지갑…임금 인상 요구 거세지나


실질임금이 2년 연속 뒷걸음질치면서 노사간 임금 교섭과 3월부터 시작되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그 어느해 보다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노총은 최근 올해 임금·단체협상 교섭 지침이 되는 임금인상 요구율을 8.3%로 확정했는데요.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2%)와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2.6%)를 기본임금 인상분(4.8%)과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미반영분(2.0%),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연대 임금 조성분(1.5%)을 합한 수치입니다.

노동계는 이 한국노총의 임금인상 요구율을 토대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올해에도 2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올해도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경영계는 반대로 원자재값과 전기요금 급등 등 고물가에 경영 부담이 커졌다며 올해 시급 9,86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 1만원을 돌파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은 지난해 12월까지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금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임금을 4% 이상 올려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고, 혼다·마쓰다 등 자동차 업체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고물가에 소비여력이 줄어 '내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인데요.

실질임금 하락 지표가 실제 임금인상으로 이어질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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