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발언 변한 건 없는데…채권시장 왜 안도했나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4-04 08:06  



미국 뉴욕증시가 민간 고용지표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연설에 따라 오전과 오후 큰 온도차를 보였다. 개장 전에 나온 민간고용은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채권금리 급등을 자극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2주 만에 금리인하 입장을 재확인하며 최근 불거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현지시간 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68포인트, 0.11% 오른 5,211.4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7.01포인트, 0.23% 상승한 1만 6,277.4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3.1포인트, 0.11% 내린 3만 9,127.14에 장을 마감했다.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제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6% 뛴 온스당 2,319.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썼다. 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0.54% 오른 85.61달러, 브렌트유는 장중 89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 2주 전 입장 재확인…되살아난 연내 3차례 인하 기대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정오 무렵 열린 제롬 파월 의장의 스탠포드 대학 연설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질의응답에 앞서 준비한 발언에서 "최근 견조한 경제 성장과 균형을 찾아가는 노동지표, 울툴불퉁하게 인플레이션 2%를 향하는 전반적인 상황이 실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예상대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한다면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올해 어느 시점엔 정책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 파월 의장은 새로운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월가는 우려하던 최근 물가 지표가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았다는 진단에 안도했다.

파월 의장과 달리 나머지 지역 연준 인사들은 지난 FOMC 회의 이후 공개 석상에서 매파적인 발언으로 시장 심리를 억눌러 왔다. 가장 발언 빈도가 높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FOMC 회의 이후 이날 오전까지 4차례 발언을 통해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을 감안해 올해 단 한 차례 인하가 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이날 오전 10시에 공개된 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하락과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언급으로 힘을 잃었다.



● 이직자 임금 2배 속도 증가…서비스업도 아슬아슬 둔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에도 시장이 시원하게 오르지 못한 건 이번 주 금요일로 다가온 3월 고용 보고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 15분 미 ADP가 집계한 민간 일자리 수는 18만 4천 개로 시장 전망인 14만 8천 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가운데 서비스업 일자리가 무려 14만 2천개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온 서비스업 강세에 대한 불안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또한 ADP집계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대비 5.1% 상승해 최근의 상승률 둔화를 이어갔지만 이직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상승률 중앙값은 10%로 2배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DP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넬라 리처드슨은 "3월 임금 상승률과 업종에서 모두 기록적"이라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처드슨은 고착화되어 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조금 더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간 고용 활황에 놀란 채권금리는 이날 오전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으나 2시간 뒤에 미 공급자관리협회(ISM)가 공개한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 지수로 방향을 틀었다. ISM에 따르면 3월 서비스업 PMI는 51.4로 시장 예상인 52.8과 전월 기록인 52.6을 모두 밑돌았다. 특히 향후 인플레이션 방향을 가늠할 지표들도 안정을 보였다. 서비스업 가격 지수가 53.4로 전월보다 5.2포인트 줄었고, 신규 수주도 5.5포인트 내린 44.8에 그쳤다.



● 인텔, TSMC 추격은 언제...지난해 9조 4천억원 적자

대만에서 25년 만에 발생한 대형 지진의 여파에도 이날 반도체 기업들은 반등했다. 전세계 인공지능, 모바일 핵심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는 지진 직후 일부 라인이 멈췄지만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날 미국 증시에서 1.27% 상승했다. 반면 TSMC가 점세계 60% 가까이 쥐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인텔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사실을 공시해 하루 만에 8.22% 급락했다.

인텔이 전날 장 마감 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 매출액은 189억 달러, 영업손실은 7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2년 기록한 매출 275억, 영업손실 약 52억 달러에서 크게 악화한 수치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손실이 2024년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차질로 현재 TSMC에 전체 생산 물량의 30%를 아웃소싱한 상태다. 5개년 계획으로 파운드리 확장에 나선 인텔은 향후 이러한 의존도를 20%까지 줄여나가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인텔은 바이든 정부로부터 보조금, 세액 공제 지원을 받아 오하이오 등 4개 주에 총 1천억 달러의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갤싱어 최고경영자는 "2027년경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개별 종목 가운데 디즈니는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리안과의 위임장 대결에서 밥 아이거 등 현 이사회가 승리했다는 소식에 3% 넘게 내렸고,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잽바운드의 약국, 병원 등 품귀 소식으로 1.57% 뛰었다.

전날 전기차 인도량 부진에 4% 가량 내렸던 테슬라는 아크인베스트의 캐시우드 최고경영자의 지원에 1.05% 올랐다. 캐시우드는 CNBC를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 네트워크를 믿는다면 지금 도망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슬라 주가가 5년 내 주당 2천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캐시우드의 발언은 테슬라에 대한 월가의 부정적 목소리도 커지는 가운데 공개됐다. 이날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인 레칸더는 "테슬라는 공급망 문제가 아닌 수요의 문제"로 "2년 동안 회복을 보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장 반응에 대해 캐시우드는 현재 테슬라에 대한 평가가 "2018년~2019년과 흡사하다"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로봇, 에너지, 인공지능) 세 가지 기술의 융합을 이해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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