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바람이 있던 부경동물원, 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24-04-07 06:27  


'갈비사자' 바람이는 구조됐지만 부경동물원 문제는 해결이 더 요원해진 상태다.

부경동물원은 작년 동물원 등록이 취소된 데 이어 '야생동물 전시시설 폐쇄 명령'까지 받은 상태로, 법적으론 '동물을 많이 키우는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어져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환경부와 경남 김해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해시가 지난해 11월 부경동물원 동물원 등록을 취소한 데 이어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야생동물 전시시설 폐쇄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19일까지 동물원에 남은 호랑이와 사자를 다른 곳에 이관·양도하고 폐쇄하라는 것이 환경청 명령이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부경동물원에는 백호 1마리와 암사자 1마리, 라쿤, 알파카 등 동물 11마리가 남아있다.

지난달 부경동물원에 들어가 동물 상태를 확인한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팀장은 "백호는 심장질환이 있어 계속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고, 알파카는 관리가 안 돼 털이 너무 엉켜서 '갑옷'처럼 단단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먹이주기 체험에 동원된 라쿤들은 유리장 넘어 사람이 나타나면 졸졸 쫓아다니다가 급식구에 손을 내밀고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동물원 등록이 취소되면서 (김해시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의무도 사라졌다"며 "먹이는 제대로 주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경동물원엔 원래 더 많은 동물이 있었지만, 상당수가 같은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인 대구 수성구의 A테마파크로 옮겨졌다.

문제는 A테마파크도 열악하다는 점이다.

A테마파크는 지하상가에 자리해 실외공간이 없는 완전 실내동물원인 데다가, 입점한 지하상가 운영사가 파산하면서 사육환경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지난달 초엔 전기가 끊길 뻔했다가 지하상가 파산관재인이 전기요금을 일부 내면서 겨우 단전을 피하기도 했다.

더구나 A테마파크는 작년 11월 17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휴관 중이다.

휴관하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관람객의 감시'가 사라지기에 사육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 동물원수족관법이 연간 90일의 '의무 개방 일수'를 정해두고 3개월 이상 휴원하려면 신고하도록 규정하는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A테파마크엔 현재 279마리 동물이 있으며, 이 가운데 43마리는 사자, 긴팔원숭이, 붉은여우, 킹카주, 설카타 거북, 코뿔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규정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다만 A테파마크는 '최소한의 사육환경'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관할 대구시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A테마파크를 점검하고 있으며, 지난주 점검 때 먹이 공급 등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며 "사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적절히 치료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부경동물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 2013년 동물원이 개원할 때부터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사육환경이 나쁘다' 정도의 이유론 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김해시가 부경동물원 등록을 취소한 배경에는 전문인력 등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법적인 이유와 함께, 등록된 동물원이어도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와 지자체 모두 '동물은 사유재산'이라며 개입을 꺼리고 있다.

현재 당국이 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때나, 수산자원관리법을 어기고 고래 등을 불법 포획한 경우뿐이다.

소유자가 합법적으로 소유하게 된 동물을 동물보호 차원에서 국가가 몰수할 방법은 없다.

동물보호법상 학대가 있었던 경우 소유자로부터 동물을 격리할 수 있으나, 이때도 소유자가 보호 비용을 부담하고 반환을 청구하면 돌려줘야 한다.

특히 A테마파크 동물들의 경우 동물보호법상 규정을 적용해 격리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대구 수성구가 동물보호법에 따라 격리가 가능한지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먹이 공급을 지속하는 등 운영자가 동물을 관리하고 있어 학대한다고 볼 수 없기에 격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를 해결할 키는 부경동물원과 A테마파크 대표가 쥐고 있다.

최근 부경동물원 동물들을 충북 청주시 공영 청주동물원에서 임시보호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대표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무산됐다.

대표에게 소유권이 남아있으면 임시보호 중 동물이 다치거나 숨졌을 때 청주동물원이 배상해야 할 수 있고, 소유자인 대표가 원하면 언제든 돌려보내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는 경북 고령군에 개원할 동물원에 동물들을 보내겠단 입장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고령군 측은 "구두로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을 뿐 사업계획서 등이 접수된 바는 없다"며 "군이 추진하는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내 마련된 유기 야생동물 보호시설에 부경동물원과 A테마파크 동물을 이관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이 역시도 대표의 소유권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

수용할 수 있는 동물이 400마리 정도인 서천군 보호시설은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동물원과 수족관 외엔 야생동물 전시가 금지됨에 따라 마련됐는데, 앞으로 문 닫을 야생동물 카페 수를 고려하면 수용력이 넉넉하지는 않다.

열악한 시설에 갇힌 동물을 수수방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당국의 권한을 강화하고, 나아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박탈과 사육 제한에 응답자(2천명) 가운데 95.0%와 96.1%가 동의했다.

또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데는 94.1%가 뜻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동물법 전문가인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작년 '나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향후 동물보호법 개정 시 동물이 학대당하거나 제대로 보살핌받지 못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를 포함한 제삼자가 동물 소유권 제한·박탈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1년 10월 정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별다른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2년 넘게 계류된 상태다.

현재 21대 국회가 사실상 종료된 상황으로, 22대 국회 개원 전 처리될 가능성도 작아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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