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문 뜯은 법원 집행관, "법대로 했다"

입력 2024-05-28 15:28  



법원 집행관이 애먼 사람의 집을 채무자의 집으로 오인해 문을 뜯었다가 말 한마디 없이 돌아간 일이 벌어졌다.

28일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한 다세대 주택 주인 김모(50대) 씨는 지난 21일 건물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던 중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김씨는 반품 택배를 현관문 앞에 놓아둬 제대로 가져갔는지 보려고 타지에서 스마트폰으로 거주지 건물 CCTV 녹화 장면을 돌려보다 깜짝 놀랐다.

당일 오전 9시 20분께 남성 5명이 김씨 거주지 바로 옆 세입자의 주택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간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들은 현관문 손잡이를 부수고 그 틈으로 특수장비를 밀어 넣고 전자 잠금장치를 열어 세입자의 집에 들어갔다.

2분여간 집을 뒤진 이들은 부순 손잡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사라졌다.

도둑이 든 것이라고 생각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구대 경찰관들에게서 들은 사건의 전말은 황당했다.

김씨 건물 세입자의 집에 침입한 이들은 광주지법 집행관과 관계자들로, 민사 판결을 근거로 채무자의 물건(유체동산)을 압류하기 위해 강제 진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압류 대상 채무자는 1년여 전 이사한 상태였고 주택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안 집행관들은 침입 사실을 숨기려는 듯 현관 손잡이를 새것으로 바꾸고 돌아갔다.

김씨는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고 이를 알리는 연락 하나 남기지 않고 가버린 사실이 황당했다. 김씨는 법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집행관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러나 광주지법 집행관실 관계자는 "민사집행법상 정당하게 압류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집행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더라도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사전·사후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답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가 항의하자 상급자를 바꾼 집행관실 측은 결국 "알아서 해라. 바쁘니까 끊겠다"고 답했다.

김씨는 "실수를 하고도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태도가 화가 나 세입자와 상의해 주거침입죄나 손괴죄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집행 과정에서 다른 채무자의 주거지에 들어갔더라도 이를 알려야 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관련 규정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집행관은 10년 이상 법원주사보, 등기주사보, 검찰주사보, 마약수사주사보 이상의 직급으로 근무했던 사람 중 지방법원장이 임명하며,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지 않고 취급한 사건의 수수료와 체당금을 수입으로 받는다.

집행관들이 등기부상 주소에 의존해 강제 집행을 하다 엉뚱한 사람의 집에 들어가는 경우는 2018년 서울에서도 발생하는 등 가끔 벌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규정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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