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의 '역차별'…빈곤해도 못받는 5만명

입력 2024-08-22 06:17   수정 2024-08-2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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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까닭으로 어려운 처지의 노인이 노후 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기초연금의 취지를 살려 공무원이나 교직원, 군인 등으로 일하다가 퇴직했더라도 노년을 힘겹게 생활하는 빈곤한 특수직역연금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 정인영·권혁창·이예인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비교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현재 기초연금법에서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군인·별정우체국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권자와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자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빠져 있다.

소득이 적은 것을 넘어서 극심한 빈곤 상태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배우자도 제외돼 있다.

다만,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퇴직일시금'을 받은 경우에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공적연금은 최소 가입 기간(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은 10년 이상, 군인연금은 19년 6개월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만 받을 수 있다.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고 퇴직해서 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연금으로 탈 수 있는데, 이때 국민연금과 달리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연금 선택제' 덕분에 퇴직연금 대신 '퇴직연금 일시금'을 선택해 수급할 수 있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 특수직역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하위 70% 안에 들기만 하면 기초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 있다.

이처럼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배우자 포함) 등을 일괄적으로 기초연금 대상에서 배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불합리하며 부당하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수직역연금 내부적으로도 '퇴직일시금' 수령자에게는 기초연금을 주면서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자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는 데다가, 국민연금 수령자가 특수직역연금 수령자보다 더 많은 급여액을 받는 사례도 계속 증가하면서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가운데 월 100만 원 이상 수급자 34만369명은 기초연금을 받았지만, 공무원연금 수급자 중에서 월 100만 원 미만 수급자 4만8천466명은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공적 연금제도를 합리화, 현대화하는 차원에서 기초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관계를 새롭게 재조정하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기초연금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한 보건복지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지난해 10월 기초연금 개혁안에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권자를 기초연금 지급에서 배제하는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기초연금 수급자로 포괄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직역연금 수급권자가 기초연금에서 차단된 것은 기초연금 도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월 8만여원)을 시행한 2008년에는 특수직역 연금 수령자를 지급 대상에 포함했으나,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월 2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빠졌다.

공무원 등을 뺀 이유는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2021년 현재 각 공적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을 살펴보면, 국민연금(노령연금)은 55만203원에 그쳤다. 하지만 공무원연금(퇴직연금)은 253만7천160원, 군인연금은 277만1천336원, 사학연금은 293만8천790원에 달하는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액이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약 5배가량 많았다.

이렇게 많이 받는데 굳이 기초연금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2014년 7월 이전에 기초노령연금을 받아오던 공무원 등의 특수직역연금 수령자 5만3천명가량은 기득권을 인정해 50%의 기초연금을 주고 있다. 이 중에서 5만명은 퇴직연금 대신 퇴직일시금으로 받았고, 3천명은 퇴직연금으로 받지만 액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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