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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식료품 폭리 제한' 공약 발표…추후 향방은? [최보화의 원자재 인사이드]

입력 2024-09-09 08:26   수정 2024-09-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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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원문입니다.)

    Q. 원자재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식탁 물가’입니다. 사실 저는 원자재 인사이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주제를 꼽으라고 하면, 식자재입니다. 제가 먹을 걸 워낙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먹거리만큼 우리 생활에 친숙한 소재가 없잖아요? 오늘도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올 지 기대됩니다.
    = 아, 갑자기 뭔가 부담이 팍팍 되네요? 음… 그러면 음식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색적인 기사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요즘 대형마트가 일명 ‘데이트 성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젊은 남녀가 오후 7시나 8시쯤 마트에서 모여서, 와인 코너로 이동하는데, 이 때 손에 파인애플을 거꾸로 쥐고 간다고 합니다. 똑같이 손에 파인애플을 거꾸로 쥐고 있는 사람 중에 누군가가 마음에 든다면 그 사람의 카트에 내 카트를 부딪혀 ‘찜’을 하면 된다고 해요. 또, 내 카트에 과자나 초콜릿을 담으면 캐쥬얼한 만남을 추구한다, 야채를 담으면 보다 더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 이런 의미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유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Q. 그러게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웃기긴 하네요. (하하) 요즘 들어 식료품 관련된 이야기들을 국제기사에서 많이 접하는 것 같은데, 이 분야 최대 관심사는 단연 해리스의 식탁 물가 공약입니다.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죠.
    = 네, 이른바 ‘식탁 포퓰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죠? 해리스 후보가 ‘Ban Price Gouging’, 그러니까 ‘식료품 폭리 제한’ 공약을 발표하자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이 공약의 근간은, 미국의 ‘식료품 바가지 가격’을 연방차원에서 금지한다는 내용인데요, 대기업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을 제재하고 처벌하는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 FTC와 주 법무장관에게 부여하겠다는 걸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Q. 식품업계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닙니다. 정말 말 그대로 들고 일어났는데요, 식품업계는 해리스가 고물가,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기업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지탄했습니다. 원자재와 인건비의 상승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직원들의 월급이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이윤을 남기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업종에 비해 식품업계의 이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도 사실인데, 경제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커질 때면 항상 식품업계만 ‘동네 북’이 돼 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식품산업협회 FMI의 앤디 하리그 부회장도, 소비자들이 왜 비싼 식품 가격이 충격을 받는지, 화가 나는지 이해는 물론 하지만, 마냥 식품업계만을 향해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고요, 감자칩 프링글스로 유명한 스낵업체, 켈라노바의 스티브 카힐레인 CEO도 기업들의 수익 감소를 허용한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Q. 그렇군요. 그러면 식품업계 외에 외신들이나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네, 월스트리트저널은 식품 업계가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표현하며, 민주당이 공화당을 저격하는 용도로 사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해리스가 말하는 것처럼 ‘바가지 가격’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실질적인 사례도 정작 찾기가 어렵다고 언급하며, 이게 이론의 허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가격 인상을 금지하는 정책은 사실상 ‘가격 통제’를 의미하는데, 제품에 가격 상한을 부과하면 판매 의욕이 꺾여 판매량이 줄고, 결국 품귀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가격상한제의 예시인 ‘임대로 통제정책’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가격 통제가 잘 풀린다고 해도 경제적인 효과로 직결될 지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필요 이상으로 물품을 비축하는 ‘사재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관련해 그렉 맨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어느정도 가격 통제를 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반드시 독점 부문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식품 사업은 독점 분야도 아니고, 기업이 탐욕적이고 경쟁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CNN도 고물가에는 무대응이 최선이라고 일축했고요, 해리스의 조치는 더 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오랫동안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제이슨 퍼먼 교수도 해리스의 가격 폭리 방지법은 비합리적이며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Q. 알겠습니다. 아까 ‘식탁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포퓰리즘적인 차원에서는 또 어떤 해석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물가 문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모든 선거의 핵심 쟁점입니다. 이게 바로 ‘식탁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인데요, 실제로 CNBC는 미국의 먹거리 비용이 거의 몇십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공화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팬데믹 당시 코로나 구호 자금안을 통화시킨 게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고요, 트럼프 역시 가격 통제 계획을 ‘카뮤니즘’, 그러니까 카멀라와 커뮤니즘의 합성어죠? 카멀라의 공산주의라고 조롱하며, 베네수엘라나 쿠바에서나 내놓는 후진 정책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요, 중산층을 과도하게 겨냥한 것 자체가 ‘사회주의 모델’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Q. 그러면 해리스를 옹호하는 쪽은 없습니까?
    = 사실 국내 기사를 봐도, 외신을 봐도 거의 90% 가까이는 비관론이 많은 것 같은데요, 낙관론도 있습니다. 포브스가 최근 ‘Why a Price Gouging Ban isn’t so crazy after all’ 이라는 꽤 자극적인 문구를 단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해리스의 식품 공약이 결코 미친 짓이 아닌 이유’라는 뜻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크로거는 앨버트슨과의 합병에 관련된 당국 재판에서, 자사의 가격 인상이 과도했다며 불찰을 시인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식품 가격은 실제로 2019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평균 30%나 올랐다는 게 포브스의 분석입니다. 일명 ‘미국의 식품거인’들의 마진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게 바로 물가에 영향을 줬다는 게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는 건데요, 실제로 월마트, 크로거, 앨버트슨, 코스트코, 그리고 아홀드 델레이즈 이렇게 5개 식품 대기업들이 전체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포틀랜드와 시애틀은 크로거와 앨버트슨이, 시카고와 캘리포니아에서는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가 차례대로, 또 디트로이트, 애틀랜타, 댈러스, 애리조나, 덴버에서는 월마트, 크로거, 그리고 아홀드 델레이즈가 상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별로는 이 5개 식품 대기업들이 탄산음료의 93%, 사탕의 80%, 요구르트의 75%, 시리얼의 72%, 스낵과 빵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죠? 이만큼 식품 대기업들의 ‘배불리기’가 오랫동안 쥐도 새도 모르게 자행돼 왔다는 겁니다. 실제로 월마트와 크로거, 앨버트슨, 타겟, 달러제너럴은 2020년에서 2021년, 거의 두자릿수의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했다는 게 반증이 될 수 있다고, 포브스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해리스는 최근 크로거와 앨버트슨의 합병이 일종의 독과점으로, 식품 가격 상승의 가속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반대하기도 했는데요, 이 보도가 나간 이후 미국 유권자의 80%는 해리스의 말에 동의하며 가격 폭리 제한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응답했다고 합니다. 한편, 대기업을 제외한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해리스표 식료품 규칙을 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싸진 식품 가격에 사람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서민인 이들에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최보화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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