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에서 두 차례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이르면 내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농업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던 정부는 개정안에서 선제적 수급관리를 강화해 최소한의 예산으로 쌀 과잉 생산을 막고, 격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29일 여야 합의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다음 달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되면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양곡법은 과잉 생산돼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오히려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농식품부는 '선제적 수급관리'를 통해 과잉 생산하는 쌀이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수급조절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쌀값이 하락하거나 초과 생산량이 발생하면 정부가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30일 농식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우선 농식품부는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한 전략작불직불금 예산을 올해 기준 약 2000억 원을 늘리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벼 대신 콩, 조사료, 가루쌀 등을 재배하면 1㏊당 최대 500만 원의 직불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가 8만㏊인데 전략작물제 예산 규모가 3만5000㏊ 수준이었다"며 "관련 예산을 확대하면 수급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법 발의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법 개정으로 과잉 생산하는 쌀을 수매하는 비용이 2030년이 되면 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는데, 전략작물제 예산을 확대하면 남는 쌀이 발생하지 않아 수매 비용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수급정책에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과잉생산이 되면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준도 법률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발동 기준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사전에 설정하고,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부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격리 발동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현재 농식품부 고시 운영 중인 위원회는 법률로 상향 입법해 심의 권한을 강화한다. 또 위원 총 15인 중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생산자단체를 5인 이상 구성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도 양곡법과 함께 이번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된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안법 역시 수급조절을 통해 생산을 안정화하고 예산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준가격 산정 방식을 기존 '평년 가격'에서 '생산 비용과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재의요구 당시 농업경제학회는 농안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필요한 재정이 5대 채소(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 기준 연간 1조1900억 원 수준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홍인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개정안으로) 단순 추정했을 경우 5대 채소에 대해 경영비와 자가노력비를 더한 금액은 연간 485억 원 수준"이라며 "다만 단순 추정치이기 때문에 제도를 보다 면밀하게 설계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쌀·채소류 등에 대한 가격 안정제 운용체계 마련과 품목별 시뮬레이션, 재정 추계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 국장은 "시·도 수급계획 조정 및 수급조절위원회 심의를 거쳐 '농산물 수급계획'을 마련하는 수급안정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법제화하는 것"이라며 "선제적 수급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격하락 시 도매시장 거래가격, 수확기 산지가격 등 평균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액을 지급하는 등 농업인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의 가격안정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