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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럴수가"…어미 기다리다 '집단아사'

입력 2025-12-19 10:15   수정 2025-12-19 10:33



황제펭귄 대규모 번식지인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황제펭귄 새끼 개체 수가 작년보다 7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극지연구소는 대형 빙산이 번식지 길목을 막으면서 어미펭귄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쿨먼섬은 남극 로스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황제펭귄 번식지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조사 결과 새끼 수는 지난해 약 2만2천 마리에서 6천70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시기 인근 번식지에서는 유사한 현상이 관측되지 않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현장 조사에 나선 연구진은 지난달 길이 약 14㎞에 달하는 거대한 빙산이 번식지 주요 출입로를 막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위성 자료 분석 결과, 이 빙산은 지난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뒤 북상해 7월 말부터 번식지 입구를 차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미 황제펭귄은 6월 산란한 뒤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갔다가 2∼3개월 뒤 부화할 때 돌아오는데, 빙산이 복귀 경로를 차단하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드론 촬영 자료에서는 빙산 절벽 앞에서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황제펭귄 성체들이 장기간 머문 흔적과 배설물이 확인됐다. 살아남은 일부 새끼들은 빙산에 막히지 않은 다른 경로를 통해 어미가 먹이를 전달한 경우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빙산이 장기간 번식지를 가로막을 경우 황제펭귄이 다른 번식지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 경로가 다른 주요 서식지를 지나는 것으로 나타나,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을 포함한 남극 생태계 전반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내년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로스해는 100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연구개발(R&D)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 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를 수행 중이며, 현장 조사와 위성·항공 등 원격탐사 기법을 결합해 황제펭귄 등 주요 종의 개체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사진=극지연구소)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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