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달에만 13조원이 넘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밸류체인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합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포드에 이어서 이번에는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의 계약이 날아간 거죠?
<기자>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프로이덴베르크 배터리파워시스템, FBPS와 지난해 4월 맺은 3조9,217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한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LG에너지솔루션이 앞서 포드와 체결한 9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도 없던 일이 됐죠.
포드와의 계약 해지 공시가 이뤄진 지 불과 일주일 만이었고요. 합치면 13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포드는 미국 완성차 업체인 점 아실 테고요. FBPS가 생소한 분들 있으실 텐데요.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회사고요.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 공장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 모듈을 공급 받아 조립한 이후 미국 상용차에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상용차라고 하는 것은 승용차가 아니라 대형 버스나 트럭 같은 것을 말합니다.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계약도 깨진 겁니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FBPS와의 해지 건에 대해 "수조원 단위의 공시 금액과 달리 실제 기업의 연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는데요.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발생한 누적 매출이 약 1,000억원 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 섭니다.
쉽게 말해서 계약을 체결해도 고객사에 배터리가 인도될 때부터 매출로 인식되거든요. 인식된 매출 자체가 미미하다는 겁니다.
<앵커>
시장에서는 이걸 악재로 보는 상황인데요. 증권사의 분석 대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봐야 합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지금까지 매출 인식이 적었다고 해서 이 계약 자체의 규모나 가치가 작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었던 내년부터 2031년까지 6년 간 3조원 이상이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업체의 계약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배터리 업체는 공장 하나에 설비투자(CAPEX)가 수조원씩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동률을 따져 보고 투자를 결정하고요. 완성차 업체가 여기서 등장하는 겁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이 끊기면 차 자체를 만들 수가 없죠.
따라서 장기 공급 계약을 맺어 리스크를 피하고요. 배터리 업체는 이미 묶인 수요를 계산해서 투자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계약들이 계속해서 해지되면서 고정비에 가동률까지 방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예컨대 직장인이라면 이런 상황입니다. 지금 월급은 잘 나오는데 내년부터 월급의 일부가 사라지게 된 겁니다.
당장 이번 달은 생활은 문제가 없겠지만 1~2년 뒤를 생각하면 문제가 커지죠.
이 공백을 다른 고객사 물량으로 채울 수 있느냐, 가능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공백을 채울 길이 없다, 그러니까 전기차 캐즘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겁니까?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0월부터 전기차 구매에 적용되던 7,500달러, 약 1,100만원 규모의 세액공제를 폐지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2035년부터 전기차 판매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에서 후퇴했고요.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배터리 밸류체인 정점에 있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면 배터리 업체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면 배터리 밸류체인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실제로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투자 축소를 결정했고요. 지난 3분기 16억달러 규모의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포드 역시 전기차 사업을 전면 재조정했고요. 올해 4분기 195억달러의 특별손실을 반영합니다.
폴크스바겐 역시 독일 드레스덴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독일 공장을 폐쇄한 건 창사 88년 만에 처음입니다.
앞으로 전기차 업체가 공급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기차 부진을 상쇄하기는 어렵습니다.
ESS 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성장세가 있더라도 전기차에 비하면 핵심 축은 아닙니다.

최근 일련의 계약 해지를 제외하고서라도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흑자에서 4분기 적자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흥국증권은 "ESS 사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기차 판매 둔화가 현실화 돼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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